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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무국 2005-12-19 15:27:22 | 조회 : 8698
제      목  언니네 지식놀이터_인터뷰
언니네 지식놀이터

연극배우 김지숙 인터뷰


인터뷰를 하기 전, '이 사람은 이러이러할 것이다'라고 상상을 한다. 그러면 대개는 이러이러한 줄 알았는데 저러저러하다는 결과로 끝이난다. (A인줄 알았는데 A라는 결론보다는 B라는 결론이 더 흥미로우니까)김지숙씨를 떠올렸을 때 [초코렛]에서 성숙한 여배우의 이미지를 보여준 줄리엣비노쉬의 느낌이 떠올랐다. 하지만 줄리엣 비노쉬 같은 느낌이라는 것은 맞지도 틀리지도 않다. 정확히 말하면 그런 식의 표현은 무의미할 뿐이다. 김지숙은 그냥 배우 김지숙이었을 뿐이니까.

배우 김지숙씨가 [버자이너 모놀로그]에 출현하게 된 과정에는 의외인 면과 그럴 수밖에 없었던 극적인 상황 두 가지가 존재한다. 아니 그냥 '소박했다'고 말하는 것이 정확할 것이다. "나 아니면 안 된다고 하더라구요. 연출하시는 분이 내가 해야만 한다고 하셨어요. 대본은 출연을 결정한 후에 읽었어요."정말 그런 이유만으로 결정했을까. 자신의 능력을 알아주는 연출가에게 배팅을 걸 수 있는 사람, 그게 진짜 배우일까?

"정말 힘들었어요. 맨땅에 헤딩하기라고 할까. 하나의 연극이라기보다는 배우인 나를 실험하는 무대였다고 생각해요. 그래 너 얼마나 잘하나보자(웃음)라는 식으로. [버자이너 모놀로그]에서 배우로서의 또 하나의 벽을 넘었다는 생각이 들어요. 음- 이제 모든 역을 다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죠. 제겐 연극 [버자이너 모놀로그]가 너무나 뚜렷한 목적성을 가지고 있다는 게 제일 힘든 부분이었어요. 연극이라는 것은 목적성이라는 것이 드러나서는 안 되거든요. 연극은 놀이처럼 관객과 어우러지는 과정이고 관객이 그 안에서 뭔가를 참여했다고 느껴야하는건데, 너무 심각하게 주제에 대해 설명하려는 게 많았던 것 같아요. 그 과정에서 너무 많이 아팠어요. 나는 관객이 좀더 즐기길 바랬어요. 유쾌하게 말이죠. 보지. 보오지. 보오오오~지. 보지이~ 보지보지. 이렇게 관객과 소리치고 싶었죠."

보지-. 맨 먼저 꺼낸 대사에서 풍겨나온 알듯말듯한 야릇함이 객석으로 흘러든다. 그리고 잠시의 침묵. 익숙하지만 '내겐 너무 낯선' 단어. 여자의 성기, 그안에 담긴 성적인 경험들은 낯선 단어만큼이나 내몸에 어색하게 느껴지고. 배우는 내내 그걸 얘기하고 있다. 배우이전에 여자로서 김지숙씨는 어떤 느낌으로 이 얘기를 하고 있었을까?

"나름대로 성적인 억압없이 살아왔다고 할 수 있거든요. 내가 원하는 게 뭔지, 내가 하고싶을 때가 언제인지 알기 때문에 그에 맞게 살았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보지라는 말을 입밖으로 내면서 내 안에 금기된 무엇인가가 있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나 또한 그렇게 길들여져있구나.' 하지만 '보지'를 말하면 말할수록 따뜻하고 예쁜 느낌이 들었어요. 그리고 보지라는 단어안에는 사람을 가깝게 묶어주는 힘이 느껴졌고."

(버자이너 모놀로그(the vagina monologues)는 여성의 성기에 대한 이야기로, 미국의 이브앤슬러의 작품을 원작으로 연극입니다. 그야말로 다양한 여성들이 자신의 성기인 보지에 대해 이야기를 합니다. 그녀들의 숨겨진 역사를 말이죠....)

김지숙씨가 [버자이너 모놀로그]에 출연했다는 것. 여성주의적인 색채를 띠는 작품에 출연한 것을 그녀의 행보와 연결시켜보려고 했다. 정신대할머니 위문공연, 사회단체 기금마련 공연, 고아원, 장애인시설, 여자교도소위문공연... 수많은 사회활동들은 연극을 뺀 동시에 연극을 떼어놓고 설명할 수 없는 그녀의 나머지를 삶에 대한 자세를 보여준다. 하지만 그녀의 얘기를 듣고나니 "[버자이너 모놀로그]출연=여성주의자"라는 연결이 너무 도식적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어떤 주의·주장보다는 이 시대의 불평등이 빚어낸 상황에 관심을 갖는 거죠. 좀더 평등하고 모두가 행복하게 공존할 수 있는 세상말이죠. 사이코드라마를 하게 된 계기나 여자교도소에서 공연을 하게 된 것도 어느날 내 안의 공포와 두려움을 느꼈기 때문이죠. 나는 이렇게 잘 살고 있는데 그렇지 못한 사람들이 있다는 거고 그래서 내 행복이 너무 두려워진거에요. 그 사람들이 그렇게 되기까지 본인의 책임도 있지만 나의 무관심도 일조했다고 생각해요. '무관심'에 대한 나의 책임이 있는거죠. 앞으로도 내가 가진 것에 대해 부끄러워할 줄 아는 삶을 살아가려고 해요. 자기만족적으로 자기 행복만을 찾는 삶은 짐승같은 삶이잖아요."

어색하게만 보였던 목에 꼭 두른 가제손수건이 번쩍거리는 의상이 자연스럽게 느껴진다. 삶에 대한 진지함, 보지를 얘기할 때의 유쾌함은 결코 떨어져있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새로운 사실을 배우게 되었다. 보지∼를 단어를 이야기할 때, 입이 벌려지면서 나도 모르게 웃게 된다는 것을.

김지숙의 모놀로그Ⅰ : 연극은 가장 세속적인 종교야.
무대에는 나를 정제시키는 힘이 있어. 너무 힘들고 괴로워도 무대에 서면 힘이나. 어떻게? 관객을 끌어내기 위해서는 나를 뛰어넘는 힘으로 가야하거든. 무대를 떠난다는 것은 너무 괴로운 일이야. 끈적끈적한 일상으로 들어가는 것만큼은 정말 참을 수 없어. 그래서 난 끊임없이 여행을 떠나. 아무도 없는 곳에서 아무도 날 알아보는 이 없는 곳에서 내 영혼과 대화를 하는 거지.

김지숙의 모놀로그Ⅱ : 내 어머니의 모든 것
우리엄마는 방직공장 노조위원장이었어. 지금 일흔이 넘으셨는데도 아직까지 출근을 하셔. 편히 계시라고 말리니까 이렇게 말하시더라구. "나가서 신문도 보고 사람도 만나고 해야 세상돌아가는 것도 알게 된다. 그게 사람답게 사는 거야." 그래서 말렸어. 엄마는 나한테 한 번도 잘한다라는 얘기를 한 적 없어. 그저 내가 지친 모습을 보이면 불쑥 "힘들겠다"라고 말씀하시지. 내가 사람들하고 의견이 맞지 않아서 힘들어하는 걸 보면 엄마는 그 사람한테 전화를 걸어 "내 딸은 한 번도 허튼 소리한 적 없어. 내 딸이 그렇게 말하는 것은 다 이유가 있기때문이야" 엄마는 내가 본 가장 강한 사람이고, 나에게 힘을 주는 사람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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