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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무국 2006-02-28 13:22:35 | 조회 : 5804
제      목  兵營에 문화의 온기 채워야

兵營에 문화의 온기 채워야


얼마 전 내가 가르치는 대학 연기예술학과 학생들과 함께 육군 최전방부대 병영 체험에 참여했다. 남학생뿐 아니라 여학생들도 또래 젊은이들이 어떻게 군 생활을 하고 있는지, 어떤 어려움을 참고 이겨내고 있는지를 생생하게 체험, 군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해 육군이 마련한 프로그램이다. 나도 제자들이 겪을 군 생활의 실상을 알아야겠다는 책임감에서 동참했다.

험한 산속 최전방 부대에서는 낡은 막사를 뜯어고치는 공사가 한창이었다. 신형 막사 내부는 아직 공사를 하지 않은 구형 막사와는 정말 딴판이었다. 병사들이 서로 몸을 맞대고 이른바 칼잠을 자던 침상을 개인용 침대로 바꾼 것부터 획기적인 변화였다. 수세식 화장실과 샤워 시설, 휴게실을 갖춘 내무실은 비록 집만은 못하더라도 병사들에게 고된 몸과 마음을 편히 쉴 수 있는 여건을 이제야 마련해 주었구나 하는 안도감마저 느끼게 했다.

최전방 철책선 경계를 맡은 감시소초, GOP 근무 병사들과 함께 식사하며 나눈 대화에서 달라진 주거 환경이 병사들의 마음을 밝고 활기차게 해 준 것을 실감했다. 그러나 한 가지, 병영의 문화예술 환경은 아직 매우 열악하다고 느꼈다. 내무실의 TV와 휴게실에 비치된 몇 권의 책이 병사들의 문화적 욕구를 채워주는 거의 전부였기 때문이다.

긴장되고 고된 군 생활에서는 젊은 병사들의 정서가 거칠어지고 메마르기 쉽다. 따라서 긴장을 풀어주고 정서를 부드럽게 하는 문화적 인프라의 중요성은 바깥 사회보다 한층 크다. 주한 미군에서 보듯이 선진국들이 민간에 못지않게 수준 높고 다양한 예술공연 관람과 취미ㆍ여가활동 기회를 제공하는 것은 병사들의 정서적 건강과 사기에 절대적으로 중요하기 때문이다.

군 관계자들과의 토론에서 군도 병영문화 혁신을 위해서는 문화예술환경 조성이 절실하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러나 각종 취미ㆍ동아리활동 활성화 등에 힘을 쏟고 있지만 예술공연과 전시회 등을 접할 수 있는 기회는 없어 아쉬움이 크다고 했다. 도시에서 멀리 떨어진 산간오지나 전방지역에 수백명 또는 수십명 단위의 작은 부대로 나뉘어 주둔하는 군부대 특성상 문화예술 시설을 따로 마련하거나 공연 등을 베풀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이런 현실을 언제까지나 그대로 둘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70만명이나 되는 혈기왕성한 젊은이들을 문화예술생활과는 단절된 삭막한 공간에 묶어둔 채 병영문화 혁신을 이루기는 어렵다. 과거와 달리 우리 사회의 향상된 문화예술생활의 혜택을 누리던 젊은이들이 고작 TV 오락프로그램이나 볼 수 있는 환경에서 몇 년을 지내게 해서는 군 복무 기피와 탈선을 막기 힘들 것이다.

막사 현대화 등 처우 개선에도 예산이 부족하다고 손놓고 있을 일이 아니다. 군부대마다 문화예술 공간을 마련하기 어렵다면, 군부대가 많은 지역에 주민과 군인들이 함께 이용할 수 있는 문화센터를 건립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영화관 등 공연ㆍ전시장과 도서관, 헬스장, 노래방, 식당 등의 다양한 복지시설을 갖춘 문화센터를 지역여건에 맞는 규모로 지어 병사들이 주5일 근무제로 늘어난 여가시간과 주말 외출 때 손쉽게 이용하게 한다면 사회와 격리된 생활에서 겪는 스트레스와 갈등을 해소하는데도 크게 도움이 될 것이다. 국방부가 추진하는 부대별 도서관 건립사업을 지역문화센터로 통합하고 지방자치단체, 행정자치부, 문화관광부 등이 함께 지혜와 힘을 모아야 한다고 본다.

우리 군이 안고 있는 어려움을 극복하고 건전한 발전을 이끌려면 군인을 ‘군복 입은 시민’으로 인식하고 대우하는 발상의 전환이 시급하다. 여기에는 문화예술이 갖는 힘을 활용, 군 병영과 병사들의 생활에 문화의 온기를 불어넣는 노력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국민의 관심과 성원을 바란다.

[한국일보 2006. 02.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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