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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무국 2008-08-14 15:18:24 | 조회 : 4837
제      목  쿨한 베이징의 스타들

쿨한 베이징의 스타들  

최민호가 그림 같은 한판승으로 우리나라에 첫 금메달을 안겨주었다. 뒤이어 400m 자유형에 출전한 박태환이 중국과 미국 선수를 양쪽에 세워두고 시상대 가운데 자리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양궁 남녀단체전과 사격에서도 놀라운 기량을 선보였다.

우리 선수들은 한여름의 무더위를 잊게 만들 만큼 깔끔하고 시원하게 승부를 결정지었다. 금메달은 모두 한결같이 완벽했다. 그들은 의심할 여지 없는 지상최강이었다. 기뻐할 일이 드물었던 국민들은 최민호와 박태환, 양궁선수단과 진종오 선수의 경기를 보고 또 보며 환호했다.

지상최강은 결코 우연히 도달할 수 있는 자리가 아니다. 오늘이 있기까지 그들이 흘려야 했을 땀과 눈물이 오죽했겠는가. 수많은 경쟁자들을 물리치고, 무엇보다 자신과의 싸움에서 패배하지 않은 사람만이 설 수 있는 자리에 그들은 서 있었다.

나는 이들을 지켜보며 든든하고 행복했다. 단순히 이들이 우리나라에 금메달을 안겨주어서가 아니었다. 그들의 밝음이 좋았다. 그들은 조금도 주눅 들거나 찌든 구석이 없었다.

'조국에 계신 동포'를 부르짖어 주지 않아서 너무 고마웠다. 누구도 조국을 위해서 처음부터 매트 위에 서지는 않았다. 동포들을 위해 수영복을 입은 것도, 활을 든 것도 아니었다. 그것은 어디까지나 그들의 일이었다. 그들은 자기가 선택하고 좋아한 일에 최선을 다했고, 최고가 되었다.

우리는 한국선수가 중국과 미국을 꺾었다는 사실이 아니라, 자신이 사랑하는 일에 혼신을 다해 지상최강이 된 아름다운 젊은이들이 우리의 공동체를 구성하고 있다는 사실에 더 주목하고 기뻐해야 한다.

나는 부디 앞으로도 이 선수들이 '조국과 동포'를 위해서 피눈물을 흘리며 연습하지 않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다만 박태환이 수영을 하는 순간이, 자기 기록을 갱신하기 위해 물을 가르는 그 시간이 가장 행복하기를 바랄 뿐이다. 결정적인 순간마다 과녁의 한 복판에 화살을 심으며 10점을 획득해낸 박성현이 시위를 당기는 순간에 가장 팽팽한 행복감을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다.

대신, 지금 '조국과 동포'를 깊이 생각해야 할 사람은 나라를 위해 몸 바치겠다고 나선 위정자들이다. 출발실수로 쓰라린 실격을 맛본 16세 소년은 4년을 절치부심하며 빈틈없이 준비했고, 완벽한 승리를 거두었다. 그러나 스스로 '조국'을 책임지겠다고 나선 위정자들은 자신이 맡은 일을 제대로 해내기 위해 무슨 준비를 했고,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가.

베이징에 가 있는 정부 관리들은 우리 선수들의 경기를 빈틈없이 뒷받침하고, 그 성과를 더욱 빛나게 만들어야 한다. 입장식에서 위엄이 느껴지지 않는 태극기가 사용된 것은 주최국의 잘못이라 하더라도, 다음날도 그 다음날도 괘의 규격이 어긋난 태극기가 올라가게 해서는 안 될 일이었다. 거꾸로 된 태극기를 들고 응원을 하게 만들어 대통령과 국민을 민망스럽게 한 일은 더욱 그랬다.

프로는 어떠한 경우에도 자신이 맡은 일을 완벽하게 수행하는 사람이다. 지금 국민들은 대통령이 강대국과의 관계에서 박태환이 중국과 미국 선수를 대하는 것처럼 당당하기를 바란다. 국가 행정을 담당하는 사람들에게 기대하는 것도 박성현이나 최민호와 같은 정확함과 명쾌함이다.

[국민일보 2008.08.12]  국민일보 원문보기(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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