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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리자 2008-10-15 15:35:57 | 조회 : 5489
제      목  호찌민의 종교관

호찌민의 종교관  

종교문제로 나라가 몹시 어수선하다. 단단히 화가 난 스님과 불자들이 거리로 나서고 있다. 반면, 보수 개신교 진영을 대표하는 한기총은 종교차별금지법 제정 반대를 결의했다. 종교 간의 갈등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는 작금의 상황이 우려스럽다. 그렇지 않아도 우리 사회는 여러 가지 분열과 갈등에 시달려 왔다. 남북의 갈등은 말할 나위도 없고, 내부의 이념과 정치적 갈등도 뿌리가 깊다. 해묵은 지역감정도 통합과 발전을 가로막아 왔다.

한국사회가 한 걸음 전진하기 위해서는 지역주의와 왜곡된 이념대결을 이겨내고, 남북의 화해를 도모하는 것이 필수적인 과제라는 점을 부인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정치는 이러한 과제를 해결해야 할 책무를 지니고 있다. 그러나 지난 역사를 돌아보면 정치인들은 갈등과 대결을 해소하기보다는 오히려 그것을 조장하는 경우가 더 많았다. 정치인들이 자기 기반을 강화하기 위해 사회적 갈등을 어떻게 이용해왔는지를 우리는 잘 알고 있다.

다행스럽게도 우리 사회에서 종교문제로 인한 갈등은 별로 드러나지 않았다. 오랜 전통과 광범위한 신도를 거느리고 있는 불교와 엄청난 수의 교회를 가진 개신교, 사회적 발언권이 큰 가톨릭이 조화롭게 공존해 왔다. 성공회와 원불교, 이슬람교를 비롯한 세계의 주요종교들도 나름대로 자리를 잡고 있다. 천도교를 비롯한 토착종교도 맥을 이어왔다. 우리 사회는 이처럼 막강한 종교들이 다양하게 공존하면서 조화를 잃지 않아 왔다. 같은 종교끼리 분파가 나뉘어 총을 겨누고, 외국의 군대를 끌어들여 비참을 자초하는 나라들을 생각하면 한국은 엄청난 축복을 받은 셈이다.

우리 사회에서 종교가 갈등의 대상이 되지 않은 것은 종교의 정치적 이용을 경계해 왔기 때문이다. 드물게 종교를 정치에 이용한 사례도 있었지만, 결과는 그것이 얼마나 위험한 역풍을 초래하는지를 보여주었을 뿐이다.

세계의 모든 종교 갈등은 하나같이 세속의 권력을 탐하는 자들이 종교를 이용하면서 발생한 분쟁들이다. 권력을 탐하는 자들은 세력이 있는 곳을 기웃거리기 마련이며 그것을 어떻게든 이용하려는 유혹을 뿌리치지 못한다. 선거철만 되면 정치인들은 교회와 성당, 사찰을 분주히 출입한다. 선거에 출마하려는 정치인들은 유력한 교회와 사찰에 신도로 등록해서 그 교회와 사찰의 막강한 조직력을 업고가려 한다. 일부 종교인들이 이러한 정치인들의 야심에 편승하여 교회와 사찰의 영향력을 키우려 들면서, 종교의 타락은 시작된다.

지금의 종교 갈등 조짐을 특별히 우려하는 것은 우리 사회가 지켜온 금기의 파괴로 이어질 형국이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가 종교를 정치에 이용하는 것을 용납하지 않은 것은 그 위험성에 대한 본능적인 자각에 기반하고 있다. 지역감정을 이용한 정치인들로 인해서 우리가 지불한 대가가 얼마나 큰가. 하물며 정교분리의 원칙을 깨고 종교를 정치적 기반의 강화에 이용하려는 정치가 용인될 경우에 우리 사회가 치르게 될 대가는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 그리고 종교의 평화로운 공존을 깨뜨린 정치인은 역사로부터 용서받기 어려울 것이다.

지금의 종교문제를 지켜보면 떠오르는 사람이 있다. 베트남의 지도자였던 호찌민이다. 민족주의자이자 사회주의자였던 그는 물론 종교를 가지고 있지 않았다. 공산혁명을 통해 정권을 장악한 그는 종교 탄압의 위험성을 경계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종교는 인민의 미묘한 정서와 관련된 것인 만큼 함부로 다루어서는 안 된다. 인민이 살기 어렵고 사회가 혼란하면 종교의 발언권이 높아지는 법이다. 종교를 억누르기보다 인민의 생활을 안정시키고 정치를 잘하는 것이 최선의 종교정책이다."

개혁개방을 통해 시장경제를 받아들이고, 사회체제와 가치가 급변한 베트남에서 호찌민은 변함없이 존경받는 지도자로 남아있다. 베트남의 어떤 종교인도 공산주의자였던 호찌민을 비난하지 않는다. 그는 어떤 형태로든 종교를 정치에 이용하려 하거나, 반대로 희생양으로 삼으려 하지 않았다.

하물며, 민주공화국인 우리나라의 정치인들 중에서 어느 누구도 종교를 정치적 기반으로 삼아 세속의 권력욕을 충족시키려는 유혹에 빠져들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

[국제신문2008.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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