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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리자 2008-12-15 09:51:29 | 조회 : 3483
제      목  너만의 꿈을 펼쳐라

너만의 꿈을 펼쳐라  

대학 수학능력 시험일이다. 58만8000여 명이 시험을 친다. 고생했다. 수험생 모두에게 위로의 말을 전하고 싶다. 오늘 하루를 위해 얼마나 많은 시간을 지불했는가. 지난 3년, 잠인들 하루 편히 잤겠는가. 아침 한 번 느긋하게 먹어보았는가. 수험생을 둔 학부모들도 정말 고생하셨다. 12시가 넘어 파김치가 되어 들어온 아이를 깨워 아침도 먹이지 못한 채 내보내야 한 날들이 얼마나 많았는가. 지불해야 했던 비용은 또 얼마나 벅찬 것이었는가.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초·중·고생들의 사교육비 총액은 20조400억 원이었다. 공교육 예산 26조2200억 원의 76%에 해당하는 막대한 액수다. 그러나 학생 한 명의 사교육비가 연간 26만6400원이라는 이 통계를 신뢰하는 학부모는 없다. 26만6400원? 연평균이 아니라 월평균을 말하는 것이겠지.

문제는 이렇게 지불된 교육비용에 상응하는 효과를 전혀 거두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중학교에서부터 시작되는 살인적인 입시 경쟁을 뚫고 대학에 들어간 학생들의 수학 능력이 월등한가. 그렇지 않다. 지금의 대학수학능력시험은 오늘날 대학 교육이 지향해야 할 가장 중요한 목표인 창의성을 가늠하는 잣대와는 무관하다.

과학 기술에서 인문 철학 경제 경영에 이르기까지 우리 시대는 창조적 능력을 갖춘 인재를 요구한다. 세계는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고 있다. 오늘의 새로운 것이 내일이면 낡은 것이 되는 시대이다. 새로운 방법론으로 가치를 창출하는 사람들이 새로운 시대를 이끌어간다. 새로운 방법론은 세상을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는 독창적인 개성을 가진 인간들에 의해서 출현한다.

지금의 대학수학능력시험은 창조적 능력을 배양하기보다 그것을 거세하는 쪽으로 기능하고 있다. 지금과 같은 획일적인 기준으로 모든 학생을 평가하는 제도 아래에서 '개성'과 '독창성'은 출구가 없다. 어쩌면 지금의 입시 교육은 '개성'이 튀어나오지 못하게 철통같이 방어하고, 그래도 뚫고 나오는 '개성'을 완벽하게 매장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능력을 단 하나의 잣대로 잰 다음, 붕어빵틀 규격에 몸을 맞춘 순서대로 대학교에 들여보낸다.

더 큰 불행은 대학마저 고등학교의 부록편으로 전락하고 있다는 점이다. 대학 진학률이 예전의 고등학교 진학률을 상회하고 있으니, 그럴 법도 하다. 성적 매기기에 길들여진 아이들은 대학에 들어와서도 어려운 전공과목은 피하고 학점 잘 주는 교수를 찾아다니며 취업준비에 몰두한다. 기대만큼 성적이 나오지 않으면 대학생의 학부모가 교수에게 전화를 걸기도 한다. 심지어 나이 서른이 넘은 대학원생도 학부모를 데리고 오는 경우조차 있다.

오늘 대학수능시험을 치르는 학생들에게 부탁하고 싶다. 단독자가 되라. 그대만의 꿈을 가져라. 그대만의 길을 가라. 위험해보일지 모른다. 모두가 토익시험 준비를 하고 있을 때 혼자서 캄보디아어를, 미얀마어를, 라오스어를 공부하는 것은 몹시 위험해보일 것이다.

그러나, 나는 나의 학생들에게 자신 있게 말한다. 지금 여러분이 3년 동안 죽도록 열심히 영어 공부를 하면 대한민국에서 영어 잘하는 10만 번째, 세계에서 영어 잘하는 6억 번째 사람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3년 동안 열심히 캄보디아와 캄보디아어를 공부하면 우리나라에서 캄보디아어 잘하는 100번째 사람은 될 수 있다. 세계에서 캄보디아어를 잘하는 1000만 번째 사람이 될 수 있다.

어느 쪽이 더 위험한가. 영어공부에 올인하는 쪽인가, 아니면 캄보디아어에 올인하는 쪽인가. 영어 잘하는 10만 번째 한국인과 캄보디아어 잘하는 100번째 한국인 중에 누가 덜 위험한가. 누구에게 더 큰 가능성이 열려 있는가. 사람들은 두려움 때문에 분명하게 자기 앞에 주어진 행복 대신 더 많은 사람이 몰려가는 불행을 선택한다. 위험한 것은 결코 나만의, 다른 선택이 아니다. 모두가 가는 그 길이야말로 위험하다. 대기표조차 돌아오지 않는 남의 줄 뒤에 서서 인생을 허비하는 것보다 더 위험한 일이 있는가. 들러리가 되기 위해 태어난 인생은 없다. 용기 있는 자가 소수에게만 열려 있는 안전한 길을 선택한다.


[국제신문2008.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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