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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리자 2009-04-02 10:00:05 | 조회 : 3748
제      목  칭기즈칸과 그의 어머니
칭기즈칸과 그의 어머니

  
안팎으로 긴장과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멀리 예멘에서 우리 국민이 테러로 목숨을 잃었다. 북한은 로켓을 발사하겠다고 선언했고, 미국은 북이 발사할 미사일에 대한 요격 준비를 완료했다고 맞불을 놓았다. 여야의 대치 국면은 끝이 보이지 않는다. 정국운영의 방법과 주도권을 둘러싼 여권 내부의 다툼도 가라앉을 틈이 없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반사이익이라도 누려야 할 야당의 지지율이 조금도 올라가지 않는다.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 하는 분들의 궁금증을 풀어주기 위해 기다렸다는 듯이 대통령 후보였던 이가 직접 나서 그 비밀을 폭로하고 있다. 뼈를 깎는 자성까지는 바라지도 않았지만 부끄러움마저 잊은 채 국회의원 한 자리 하겠다고 나선 지난 여당 대통령후보의 모습을 보고서 어찌 정나미가 떨어지지 않겠는가. 100석에 가까운 어마어마한 의석을 가지고 100석도 되지 않는 소수당이라고 칭얼대는 야당을 볼 때마다 유라시아 대륙을 제패했던 테무친의 말이 떠오른다.

'집안 나쁘다고 탓하지 마라. 나는 아홉 살 때 아버지를 잃고 마을에서 쫓겨났다. 가난하다고 말하지 마라. 나는 들쥐를 잡아먹으며 연명했고 목숨을 건 전쟁이 내 직업이고 내 일이었다. 작은 나라에 태어났다고 말하지 마라. 어릴 때는 그림자 말고는 친구도 없었고, 유럽까지 정복했을 때 우리 백성은 아이와 노인까지 합쳐 200만도 되지 않았다. 배운 게 없다고 탓하지 마라. 나는 내 이름도 쓸 줄 몰랐지만 남의 말에 귀 기울이면서 현명해지는 법을 배웠다. 적은 밖에 있는 것이 아니라 내 안에 있었다. 나는 내 안에 있는 거추장스러운 것들은 깡그리 쓸어버렸다. 나를 극복하는 그 순간 나는 칭기즈칸이 되었다'.

지난날 집권세력을 대표해서 출마했다 패배한 대통령 후보라면 '자기 안의 거추장스러운 것을 깡그리 쓸어버리고' 국민을 위해서, 까지는 아니더라도 자기를 후보로 선출했던 당을 위해서라도 몸을 던지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지도자의 도리가 아닌가.

나이 든 사람들은 양일동이 이끈 단 6석의 통일당의 활약을 기억하고 있다. 6석만도 못한 83석의 야당이 있어주는 한 국정을 책임진 대통령과 여당은 자신만만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6석만 못한 83석 사이를 비집고 한 석을 차지하겠다고 나서는 대통령후보를 지닌 정당을 국민이 외면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국민으로부터 경멸의 대상이 된 야당의 이야기에 여당은 굳이 귀 기울일 필요를 느끼지 않을 것이다.

세계 질서가 재편되는 과정에서 유연성과 포용력의 결여는 치명적이다. 열린 상상력으로 상대를 받아들일 수 있는 지도자를 가진 나라만이 변화하는 시대를 주도할 수 있다.

13세기 유라시아 대륙은 지금보다 더 큰 격변기였다. 여러 민족과 국가가 마구 뒤섞였다. 이 시대를 제패했던 불굴의 인간이 바로 테무친이었다. 테무친은 불굴의 의지와 강철의 심장을 가진 인간이었지만 그것만으로 유라시아 대륙을 제패한 것은 아니었다. 적의 전통과 종교에 귀 기울이고 배울 줄 아는 인간이었다.

서로 다른 혈통과 문화를 가진 사람들이 만나는 과정에서는 새로운 에너지와 함께 혼란과 갈등도 뒤따른다. 13세기를 제패했던 칭기즈칸과 함께 오늘날 우리가 반드시 기억해야 할 사람은 칭기즈칸의 어머니다. 칭기즈칸의 어머니는 적의 자식들을 하나씩 데려다 키웠다. 그리고 자기 자식들이 그 아이들을 차별하거나 사랑을 주지 않을까봐 말했다.

"얘야, 낳는 사람은 몸을 낳지 마음을 낳지 못한단다. 마음을 만들어주는 것은 아이를 기르는 사람의 몫이지. 누가 낳은 아이든 너의 마음을 심으면 너의 자식이 된다. 이 아이들에게 같은 사랑을 쏟는다면 같은 마음으로 자란단다."

칭기즈칸의 어머니가 그렇게 키운 아이들은 훌륭하게 성장하여 몽골제국을 이끌었다. 모든 것이 불명확하고 모든 것이 변화하는 우리 시대의 지도자들에게 가장 필요한 정신이 바로 이것이다.

우리는 인류 역사상 세계를 가장 넓게 사용하며 살아가고 있는 세대다. 그러나 우리의 마음은 진정으로 넓고도 당당하게 열려 있는가. 여야의, 어제와 오늘의 지도자들은 칭기즈칸과 그 어머니가 남긴 말을 깊이 되새겨보아야 할 것이다.

[국제신문 2009.0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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