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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리자 2007-04-04 16:07:31 | 조회 : 4830
제      목  생활고 겪는 문화예술인, 해결책 없나

[흐름과 소통] 생활고 겪는 문화예술인, 해결책 없나

  
예술가에게 가난은 숙명일까. 2005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출범하고 문화예술의 중요성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다소 높아졌지만 예술가들은 여전히 생활고에 허덕이는 것으로 나타났다.(경향신문 3월14일자 1·3면 보도) 노후보장은커녕, 신용카드나 비자조차 발급받기 힘들고 4대보험 가입률도 미미하다. 문화예술의 사회적 저변 확대, 작품활동에 대한 지원과 더불어 예술가의 생활대책에도 관심을 돌릴 때가 됐다. 이 문제에 대해 심재찬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사무처장과 방현석 기초예술연대 위원장이 만나 논의했다. 심사무처장은 직업인으로서 예술가의 지위 확보가 우선돼야 한다고 지적했고, 방위원장은 예산결정권을 포함해 문화예술정책을 총괄하는 정부기구가 출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이들은 문화예술계 내부의 자성과 노력도 수반되어야 한다는 데 동의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심재찬 사무처장(왼쪽)과 기초예술연대 방현석 위원장(오른쪽)이 만나 문화예술인의 생활보장과 지원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 박재찬기자  

◇ 국가사회가 기초예술 살려야

방현석 위원장(이하 방현석)=기초예술의 위기를 ‘시장의 실패’라고 얘기하지만 그 이전에 기초예술이 사회적 가치를 획득하는 데 실패했다고 보는 게 맞습니다. 예술이 우리 사회에서 얼마만한 가치를 갖느냐 합의하는 데 성공하지 못한 것이죠. 그러다보니 정부의 정책에서도 뒤로 밀리게 되고 기초예술 분야의 사회적 존립이 가능한 환경을 유지하는 데 실패했습니다.

심재찬 사무처장(이하 심재찬)=문화예술에 대한 국가 정책이 순수예술보다 문화산업이나 관광에 치우쳐 있음을 부인할 수 없습니다. 예술이 시장에서 실패했다고들 하는데 시장에서 실패하는 게 당연합니다. 연극의 경우 아무리 적자를 벗어나려고 해도 구조적으로 벗어날 수가 없습니다. 시장논리에 맡기면 순수성이 없어지고, 공연이 왜곡됩니다.

방현석=기초예술은 고사 상태입니다. 사회가 발전하면서 다른 부분은 다 성장했는데 기초예술은 더 어려워졌습니다. 문화산업에만 가치가 실리고 시장적 가치가 예술적 가치로 등치되고 있습니다. 그 사이의 간극을 메울 수 있는 사회적 시스템이 있어야 하는데 그게 제대로 안되고 있습니다. 문화예술 생태계의 위기입니다. 일본에 몇편의 드라마, 몇명의 가수가 진출했다고 쾌재를 부르지만 서점에 가보면 일본 소설이 한국 독자들을 사로잡고 있습니다. 한국 영화들도 일본 원작을 가져다 쓰는 경우가 많지요. 수원(水源) 고갈로 물을 수입해야 하는 현상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 예술인 복지정책, 아무데도 없어

심재찬=한국문화예술위원회(이하 문예위)에는 복지에 관한 지원제도가 아직 없습니다. 사실 복지 분야가 재정부담이 제일 큽니다. 1년에 1000억원을 집행하는데 그 안에서 복지까지 해결하긴 힘들죠. ‘선택과 집중’이라고 얘기하지만 아직까지도 1회성 프로그램이 많은 게 사실입니다. 현재 예술단체를 다년간 집중지원하는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공모제였던 지원방식을 면담제로 바꿔 수시 지원할 수 있도록 할 예정입니다. 현장에 가서 현장인과 같이 대화하며 지원제도를 활성화하는 방법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소극적이지만 올해부터 시작할 겁니다.

방현석=가장 큰 문제점은 정책을 총체적으로 기획하고 운영할 기구가 없다는 겁니다. 문화관광부가 있지만 입안을 해도 실현되지 않죠. 실제 예산을 주는 곳은 기획예산처니까요. 정책이란 예산으로 실현되는 것인데 예산을 배치하지 않았다는 건 정부가 정책을 실현할 의사가 없다는 뜻 아닙니까. 김대중 정부 때부터 지금까지 ‘문화의 세기’ ‘문화가 생산력이 되는 사회문화강국’이라고 얘기를 했지만 구두선에 그치고 말았습니다. 이창동 장관 때 ‘새예술정책’ ‘문화예술비전’ 등 훌륭한 정책을 내놨지만 겨우 책 한권으로 남고 전혀 실현되지 않았습니다. 문화관광부와 각 지자체, 문예위가 있지만 역할 분담도 분명치 않습니다. 정책적으로 생태계를 복원하고 길을 만드는 게 아니라, 봉투를 여러개 만들어 나눠주는 것이 문화행정의 현황입니다. 빵부스러기를 먼저 찾아 먹는 게 유능한 것처럼 되어 있는 거죠.

심재찬=지적에 동의합니다. 문예위가 가장 중요한 예산 집행에서 많은 간섭을 받는 게 사실입니다. 제대로 굴러가려면 2기 정도는 더 지나가야 하지 않겠나 싶습니다. 1년 사이에 크게 달라진 것은 없지만 나름대로 노력을 했습니다. 집중지원 쪽으로 방향을 돌렸고 지원 개념을 확대하려고 했습니다. 극장이나 미술관을 대관 개념이 아니라 공공지원 개념으로 바꿔서 현장에 좀더 다가설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 직접적인 생활지원보다 제도 만들어야

방현석=얼마전 기초예술인 생활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는데 반대 의견도 많았습니다. 괜히 창피만 당하고 달라지는 건 없다는 거죠. 직접적인 지원보다는 정부와 민간의 노력이 병행돼야 합니다. 연극인복지재단의 노력이 매우 의미있다고 생각합니다. 자체 공연을 통해 지원금을 기탁하고 정부가 상응해 지원하는 식으로 ‘공공성을 가진 기금’이 마련되는 거죠. 일방적 시혜가 아니라 예술가들의 자구 노력을 정부가 보완하는 것이 한국적 모델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심재찬=사실 연극인들은 신용카드 만들기도 어렵습니다. 무직자 취급을 받아 비자 발급은 더더욱 생각도 못하죠. ‘예술인 의료보험조합’이 있었지만 2~3년 시행하다 중단됐습니다. 보험료를 못내 유지가 안됐기 때문이죠. 보험료 일부를 국가에서 지원해줬으면 그런대로 유지되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근본적으로 직업인으로서 예술가의 지위가 확보되어야 합니다. 문광부에서 만든 예술진흥법에 예술가의 지위를 인정한다는 내용이 만들어져만 있고, 법 통과는 안되고 있어요. 예술가에 대한 사회적 인식도 너무 낮습니다. 예술가는 배고프다는 인식을 바꿔야 합니다.

방현석=공동작업을 하는 연극과 달리 개별작업을 하는 문학에는 다른 형식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IMF때 ‘스토리뱅크’라는 걸 만들어 작가들의 콘텐츠를 구입하는 식이었는데 결국 부작용만 낳고 말았어요. 우리나라는 일본처럼 도서관 문화가 발전돼 있지 않아서 기본 이상의 성취를 이룬 작가들도 시장 말고는 수입을 얻을 수가 없습니다. 장기적으로는 도서관 문화가 발전해야겠지만 우선 가치를 평가받은 작품은 공적으로 활용 가능한 시스템을 갖춰 인세를 지불하고 이를 기금화하는 방안이 적절하다고 봅니다.

심재찬=문인들이 지역도서관에서 독서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습니다. 요즘 동네마다 문예회관이 있지만 예술전문가들 기용도 안되고 공연장 활용을 제대로 못하고 죽은 곳이 많습니다. 여기만 잘 살려도 상당한 일자리를 확보할 수 있습니다.

방현석=‘문화복지사 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습니다. 시·군·구 각기관 단위별로 읍·면·동까지 그 지역의 문화코디네이터로 활동하는 겁니다. 기업이나 정부기관과 예술활동을 제휴할 수도 있습니다. 기업의 연극동아리와 극단이 제휴하거나 문화동호회와 특정 작가가 제휴해서 활동하고 정부가 지원하도록 하는 겁니다. 문화접대비를 인정하는 법령을 만들어 그런 것들을 경비처리로 인정해주는 방법도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예술가들은 관객과 수요층을 찾아내고, 일반인들은 예술가의 조력을 얻을 수 있다면 서로 윈윈하는 시스템이겠죠.

심재찬=궁극적으로는 예술인공제회를 설립해 공적 지원을 받는 방안이 적극 검토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캐나다에도 예술인 지위에 관한 것이 명문화되어 있고, 스웨덴에도 기초연금법, 일본에도 예술인연금 등이 있는데 한국은 연극인복지재단이 이제 1년을 조금 넘은 상황이죠. 적어도 4대보험 정도는 안정적으로 적용을 받아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 안정적 문화예산 확보가 관건

방현석=이런 것이 마련되려면 재원이 있어야 하는데 문화부는 있던 조항도 없애려 하고 있습니다. 문예진흥법을 만들어 각종 기금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한 규정을 없애고 민간으로 돌린다고 바꿔놓았습니다. 명목상 ‘민간자금화’라고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정부가 아무 책임도 안 지겠다는 ‘발빼기’로 볼 수 있습니다. 민간에서 재원을 끌어내려면 이를 고무시킬만한 법률적 지원을 해야 합니다. 공기업부터라도 수익의 몇 %를 문화예술에 지원하고, 경영성과 평가시 이런 기업에 인센티브를 주는 거죠. 기획예산처는 지나치게 계량적 사고를 하고 있습니다. 몇 %의 효과를 내고 얼마의 수입을 벌어들이느냐, 계량 가능하지 않은 부분에 어떻게 정부 예산을 주느냐는 발상은 반(反)문화적입니다.

심재찬=옳은 지적입니다. 우선 국가적으로 문화예술행정의 전문화가 이뤄져야 합니다.

방현석=문예위가 진흥원에서 위원회로 바뀐 것은 예술계 내부와 민간의 활력으로 예술계를 혁신시키자는 취지였습니다. 그러려면 문예위원들이 예술적 지도력을 모아 새로운 정책을 제안하는 역할을 해야 하는데, 지금은 각 영역의 대표로 와서 주어진 예산만 심사하고 있습니다. 소위원들도 심사위원 역할만 하고 있습니다. 이러면 과거의 진흥원과 다를 게 없습니다.

심재찬=문화예술계의 자성도 필요합니다. 예술의 위기를 극복하고 성장시키는 힘은 예술의 내부에서 솟구쳐 나와야 합니다. 지원금에만 의존할 게 아니라 자생력을 키워야 합니다. 좋은 작품 만들고 지키려는 노력이 먼저입니다.

방현석=예술단체들의 갱신과 자기쇄신도 필요합니다. 절에도 살림을 사는 분들이 있고 도를 닦는 분들이 있지 않습니까. 살림 살아주시는 분들이 잘해줘야 도 닦는 분들이 공력을 높일 수 있는 겁니다. 개인 창작자들이 창작에 전념할 수 있도록 문화예술단체에서 잘 해줘야 합니다. 예술단체들도 관료화되고 이기주의에 빠져있지 않은지, 예술가들을 사회적으로 연결시키는 데 무능해져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합니다.

<정리 한윤정·장은교기자〉 입력: 2007년 03월 27일 17:31:05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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