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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 용 / 보 / 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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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무국 2007-12-14 10:27:16 | 조회 : 5098
제      목  사라마구 ‘눈먼 자들의 도시’
사라마구 ‘눈먼 자들의 도시’
  
안경의 도움을 받지 않고 사십 수 년을 살아왔다. 선글라스를 몇 번 산 적이 있지만 거추장스러워 거의 쓰지 않았다. 주량이 슬금슬금 줄더니 이제는 눈이 흐려졌다. 술 마신 다음 날은 책 읽기가 너무 불편해서 안과에 갔고, 안경을 처방 받았다.

우연하게도 안경을 쓰고 처음 읽은 책이 주제 사라마구의 ‘눈먼 자들의 도시’(해냄)였다. 읽으면서 참 기분이 묘했다. 선명해진 활자가 수상스러워 책장을 넘기는 중간중간 콧등에 얹힌 안경을 벗고 맨눈으로 볼 때와 비교하곤 했다.

오늘 갑자기 내 눈이 멀어버린다면? 며칠 사이에 우리 모두의 눈이 멀어버린다면? 나와 우리의 오늘은 어떻게 될까? 책장을 덮는 순간까지 이런 질문이 뇌리에서 떠나지 않았다. 오늘 하루를 나는 어떻게 살아냈는가. 생각하면 기적 같은 일이다.

사라마구는 말한다. 우리가 이루어낼 수 있는 유일한 기적은 계속 살아가는 거예요, 라고. 삶은 눈이 멀어 어디로 갈지 모르는 존재처럼 연약하니까. 사라마구의 언술대로라면 우리 모두는 기적적인 존재들이다. 그러나 사라마구에게서 우리는 이것 이상의 위로를 기대해서는 안 된다.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는 우리를 향해 그는 이렇게 덧붙인다. 자기 자신을 잃지 마시오. 자기 자신이 사라지도록 내버려두지 마시오.

[경향신문2007.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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