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문화네트워크

 |  |  |  | 

  칼럼
  · 김지숙
  · 김남일
  · 방현석
  · 오수연
  · 최수전

내 / 용 / 보 / 기
글작성자
 방현석 2006-09-30 18:08:22 | 조회 : 5771
제      목  미스 사이공
뮤지컬 <미스 사이공>을 보고


  미스 사이공, 언젠가 한 번은 보려고 했던 뮤지컬. 그 미스 사이공이 서울에 왔다. 무대에 실물 헬기를 띄우는 화려한 대작, 로맨스와 스펙터클. 본 사람은 드물지만 모르는 사람은 그 보다 더 드문, 명성 높은 작품. 그러나 선뜻 발길이 움직이지 않았다.

  베트남과 관련된 여러 인연으로 아는 사람들이 같이 가자고 연락을 해왔지만 차일피일 미루었다.
  세상에는 보고 싶지만 만나기 불편한, 그런 존재들이 있다. 사람, 사랑, 기억..... 마음속에 있지만 피하고 싶은 그런 것들. 내가 망설이는 동안 미스 사이공의 서울공연은 줄을 잇는 관객들로 연일 매진을 기록했다.

  지난 주말에야 나는 세종문화회관을 찾았다. 명실불이. 헬기가 3D 영상으로 대체되고,  규모가 줄어들었다고 하지만 무대는 조금도 허전하지 않았다. 배우들의 박진감 넘치는 율동과 노래도 기대 이상이었다. 먼저 공연을 보고 온 친구들의 얘기와 달리 서사를 이끌어가는 ‘엔지니어’ 류창우의 연기도 어색하지 않았다.

  서사적 맥락에 예민한 나 같은 사람들마저도 빨려들게 만드는 무대의 정밀한 구성과 역동적인 전환. 전쟁터에 던져진, 허무와 퇴폐를 통해서만 살아있음을 확인할 수 있는 인간들의 운명.....

  그러나 예상했던 대로 불편한 대목들을 지켜봐야 했다. 사이공 최후의 날, 미군이 떠난 다음의 지옥 같은 베트남, 가고 싶은 아메리카. 아메리칸 드림. 그 서사를 쫓아가는 시선은 처음부터 끝까지 서구인의 그것이었다.

  3D 동영상으로 날아와 미 대사관에 남은 마지막 미국인들을 태우고 이륙하는 헬기를 향해 몸부림치는 베트남인들을 바라보며 나는 한 베트남 여성을 떠올랐다.
  따 띠 끼유, 연약한 처녀였던 그녀는 게릴라가 되어 항미전쟁에 뛰어들었다. 대담하게 적의 초소를 접수했던 그녀는 ‘전쟁영웅’ 칭호를 받았다. 지난해 사이공에서 만난 그녀에게 그 문제의 ‘사이공 최후의 날’에 대해서 물어보았다.

  “물론 적지 않은 사람들이 겁을 먹고, 사이공을 떠났죠. 남아 있던 사람들 중에서도 제 발이 저린 사람들이 많았어요. 돈 많은 집의 사모님들이 줄줄이 나를 찾아왔으니까요.”
  1975년 4월 30일, 사이공을 접수할 당시 그녀는 명단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었다. 명단위원회는 전쟁공로자와 전사자, 부상자를 파악해서 상훈과 보상, 후송을 담당하는 기관이었다.

  “돈은 얼마든지 줄 테니까 자기네 딸들을 보호해달라는 것이었어요. 전쟁에서 우리가 이기면 예쁜 여자와 부잣집 딸들은 모두 부상당한 우리 전사들과 강제로 결혼해야 된다는 선전을 미국쪽이 해댄 거죠. 그 거짓말을 철석같이 믿는 사람들이 그렇게 많았을 정도니까, 밖에서 미국이 왜곡한 베트남의 모습이 오죽했겠어요?”

  손톱을 기르거나 매니큐어를 바른 여자들은 모두 손톱을 뽑아버린다는 소문을 믿은 아가씨들은 몇 년씩 기른 손톱을 싹둑 잘랐다.
  “나중에 모두 거짓말이었다는 것을 알고 손톱 깎은 아가씨들이 땅을 쳤죠.”

  따 띠 끼유는 그러면서 허리우드가 만든 수많은 베트남전 영화와 미스 사이공에 대해서 언급하며 씁쓸하게 웃었다. 그녀가 이 자리에 앉아 있었다면 어떤 표정을 지었을까.    

  웅대한 무대가 막을 내렸다. 열연한 배우들은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이만한 규모의 극장을 채우고 뮤지컬을 보며 휴일저녁을 즐기는 우리의 오늘이 대단하다.

오늘의 이 풍요로운 서울의 저녁을 있게 기여한 것들 중에서 빼놓지 못할 것이 베트남전쟁이다. 이 전쟁에 한국은 미국 다음으로 많은 병력을 파견했고, 5천명의 젊은이들이 목숨을 잃었다. 베트남은 더 많은 상처를 입었다.

언젠가는 베트남도 저들만큼 큰 무대를 만들어 자신들의 얘기를 할  수 있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 그때도 우리가 세종문화회관을 가득 채우고 박수를 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언젠가 그 전쟁의 가해자이자 피해자였던 한국의 눈으로 쓴 서사도 무대 위에 오를 수 있었으면 좋겠다.

방현석(소설가)

출처: 시사저널 2006. 10.  
최수전
미스 사이공도 영국에서 만든 뮤지컬입니다.
예나 지금이나 영국인의 사고 방식은 별로 변하지 않습니다.그것이 영국의 특징이니까요.
비록 미국(대영제국을 물려받은)이 기복이 있을지라도 미국(/영국)이 지향하는 가치는
전 인류의 보편적 가치로 생각하는 경향은 변하지 않습니다.
영국이 그렇게도 치열하게 진압하였던 보어인(지금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보어 전쟁)에게
했던 것을 미국인들이 베트남인들에게 했던 것입니다.
원래 정착촌(그 밖에는 초토화 정책을 써서 사람이 못살게 폭격하고 불질렀던 제도) 정책을
영국이 베트남전에 앞서 이미 60년전에 보어전쟁에서 시행하였던 것입니다.
결과로도 영국의 보어전쟁의 미국판이 베트남 전쟁입니다. 10.15. 12:44 - 삭제

번호 제 목 작성자 작성일 조회
45   택시와 아고라 [15] 관리자 08.08.06 3672
44  60년만의 대화 방현석 05.07.16 5174
43  [시사풍향계-방현석] 가난하다고 사랑이 없겠나 관리자 10.08.09 5946
42  '승부'는 이제 우리의 몫이다 관리자 09.07.10 4794
41  관용의 정치, 증오의 정치 관리자 08.12.15 4572
40  너나 잘해? 방현석 05.08.28 6155
39  너만의 꿈을 펼쳐라 관리자 08.12.15 4394
38  노래로 읽은 아시아의 시 방현석 05.10.24 5997
37  다시 하노이에서 [4374] 관리자 09.11.26 17701
36  동대문 문화코드, 동대문문화와 전태일 방현석 05.09.23 5932
35  두 작가의 기념공원 사무국 08.09.17 5661
34  미래를 이기는 과거는 없다 [160] 관리자 08.08.06 6099
 미스 사이공 [58] 방현석 06.09.30 5771
32  밀폐된 창문과 웹 2.0 민주주의 관리자 08.08.06 5226
31  방현석 칼럼 관리자 05.06.05 4874
30  베트남의 자전거는 뒤를 돌아보지 않는다 [24] 방현석 06.12.03 5983
29  북의 작가들 남의 작가들 방현석 05.07.27 5453
28  사라마구 ‘눈먼 자들의 도시’ [27] 사무국 07.12.14 5143
27  사람이 사람대접 받는 세상…그게 전태일 정신 관리자 10.02.19 6469
26  생활고 겪는 문화예술인, 해결책 없나 관리자 07.04.04 4870
  1 [2][3] 
Copyright 1999-2019 Zeroboa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