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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현석 2005-07-16 23:05:02 | 조회 : 4831
제      목  60년만의 대화
남북작가들 ‘내면의 교류’/방현석 소설가


오는 20일 남북의 문인들이 평양에서 만난다. 60년만의 만남이다.

남북의 작가들이 마지막으로 한 자리에 모였던 것이 1945년이었다. 분단의 징후를 가장 먼저, 본능적으로 예감했던 작가들은 그해 12월13일 서울에서 전국문학자대회를 열어 문단이 남과 북으로 갈라지는 것을 막아보려고 했다. 그러나 둘로 갈라지려는 모국어의 영토를 지키려 했던 작가들은 그날 이후 지금까지 다시 만날 수 없었다.

다행히 최근 몇 년 사이 남북교류가 활발해지면서 여러 분야에 걸쳐 만남이 이루어졌다. 여당만이 아니라 야당의 대표까지 북의 최고 실권자와 회담하고, 남북의 노동자 조직들도 벌써 여러 차례 공동행사를 가졌다. 문화예술 분야의 교류도 빈번했다.

그러나 문학은 예외였다. 실무회담에 나온 북측의 작가들도 ‘문학이 제일 늦었다.’며 안타까움을 표시했다고 한다.

남과 북의 동질성을 확인해주는 여러 징표가 있지만 핵심은 역시 언어다. 모국어의 영토를 굳건하게 지켜온 남과 북의 작가들이야말로 가장 먼저 만났어야 할 사람들이다. 문학이 지닌 독특한 속성은 가장 먼저 만났어야 할 사람들이 가장 나중에 만나지 않을 수 없게 만들었다.

모두가 알고 있듯이 문학은 언어를 다루는 예술이다. 언어는 인간이 사용하는 가장 정밀한 표현 수단이다.

한 사람이 사용하는 언어체계는 그 사람의 내면, 사유체계를 드러내는 것이다. 한 집단의 언어체계는 그 집단의 사상체계와 무관할 수 없다.

남과 북의 작가들이 만난다는 것은 서로 다른 문법, 언어체계, 사유체계의 만남을 뜻한다.

작가들의 만남은 어쩔 수 없이 ‘내면의 만남’이 될 수밖에 없다.

더구나 작가들이란 모국어를 가장 탁월하게 구사할 뿐만 아니라 언어 사이에 놓여 있는 행간을 예민하게 읽어내는 존재들이다.

지금까지 있어온 것과는 전혀 차원이 다른 남북교류,‘내면의 교류’가 이번 민족작가대회를 통해서 시작될 것이다.

‘내면의 교류’가 실패하지 않아야 통일이 실패하지 않는다.

지난 4월 독일에서 만났던 한 작가의 말이 자주 생각난다.

“통일과정에서 독일문학은 실패했다. 문학의 실패가 바로 통일이후에 무거운 짐이 되었다.”

독일의 작가들은 통일과정에서 동서독간의 ‘내면적 교류’를 제대로 이끌어내지 못했다. 그 결과, 통일은 이루었지만 사회통합에 성공할 수 없었다.

“과거에 동독과 서독은 분단되어 있었지만 하나였다. 우리는 서로 통일해야 한다는 마음으로 하나가 되어 있었다. 내면으로 통일되어 있었다. 그러나 정작 통일을 이룬 다음, 동서독은 서로를 부담스러워하고 미워하게 되었다. 내면에서 분단이 발생했다.”

한국문학은 독일문학이 실패한 대목을 주목해야 한다. 내면의 교류는 남북철도를 잇는 것보다 더욱 중요한 일이다.

분단되었던 모국어의 영토를 온전한 규모로 회복하는 일은 작가들의 몫이다. 이 대회를 계기로 남쪽의 작가들은 북쪽의 독자들을 염두에 두고 글을 쓰고, 북쪽의 작가들은 남쪽의 독자들을 염두에 두고 글을 쓰게 될 것이다.

양쪽 작가들의 작품세계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독자들은 온전한 규모로 회복되어가는 모국어의 영토를 확인하게 될 것이다.

‘문학적 연방제’를 이루겠다는 준비위원회의 의지도 대회의 다른 성과를 기대하게 만든다.

그러나 작가들의 만남인 만큼 무엇보다 대회 기간 내내 문학적 향기가 은은해야 할 것이다. 평양대회에 사용할 현수막에도 구호 대신 시구를 써넣기로 남북이 이미 합의했다.

평양에 이어 백두산과 묘향산에서 열리는 공동행사의 향기도 지금까지 있어왔던 남북의 만남과는 전혀 다른 것이 되었으면 한다.


[서울신문 문화마당] 남북작가들 ‘내면의 교류’/방현석 소설가
기사일자 : 2005년 07월 1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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