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문화네트워크

 |  |  |  | 

  칼럼
  · 김지숙
  · 김남일
  · 방현석
  · 오수연
  · 최수전

내 / 용 / 보 / 기
글작성자
 사무국 2005-11-08 15:58:56 | 조회 : 6689
제      목  정말 우리는 모르나
정말 우리는 모르나



나는 미국인들을 잘 모른다. 만나본 적도 별로 없고 친구를 사귈 기회는 더구나 없었다. 생각도 감정도 천차만별인 개인들을 한꺼번에 뭉뚱그려 미국인들이 어쩌니 하면,그 사람들이 기분 나쁠 것이다. 그러나 미국이라는 국가의 구성원으로서 미국 국민들은,나는 감히 안다고 생각한다.
내가 보기에 그들은 세상을 모른다. 그 근거는 수십 년 동안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그들에 대한 테러이다. 뭔가 원인이 있으니까 이런 결과가 나왔다. 그 원인을 미국인들이 안다면,미국식으로 합리적이며 효율적이게 원인을 해결하여 테러를 진작 방지했을 것이다. 몰라서 대책이 없다. 가는 데마다 자기들만의 특별 구역을 정해 몇 겹의 방어벽을 둘러도,자국 안에서조차 보안이라는 감옥을 스스로 만들어 자신들을 가두어도 소용이 없다.

지난 대선 때 그들은,비록 득표율 2퍼센트 차이이기는 해도,테러와의 전쟁을 선포한 대통령을 재선시켰다. 테러를 당했으므로 테러하고 전쟁을 한다는 건 자동 반사 같은 단순한 반응이지 해법이 아니다. 당연히 지금 테러와의 전쟁 이전보다 테러는 급증하고 하고 있다. 이럴 줄 미국인들만은 몰랐다.

미국이 테러를 당하는 이유는 뻔하다. 테러리스트들이 공공연히 떠들고 유능하고 비싼 정세분석가들이 이구동성으로 진단했을 뿐만이 아니라,지구상의 수많은 평범한 인간들이 다양한 언어로 커다랗게 말해 주었다. 가깝게는 이라크 전쟁,아프가니스탄 전쟁,그리고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점령을 배후에서 지원한 간접 전쟁 등등. 미국인들은 테러가 무고한 개인들을 희생시키므로 부도덕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미국이 전쟁을 벌일 때 첨단 무기를 쏟아 부을 상대 국가의 국민들을 개인들로 생각했는가.

전쟁이야말로 가장 규모와 위력이 큰 테러다. 끊이지 않는 미국인들에 대한 테러는,미국이 각지에서 여러 국적과 인종의 인간들에게 했던 테러의 결과다. 미국이 테러를 그치지 않으면,미국에 대한 테러도 그칠 수 없다. 세계 최강의 정보 기술과 정보력을 가진 미국인들이 왜 이걸 모를까.

지지난해 이라크 전쟁 후 몇 달 동안 나는 이라크에 머물렀다. 지나다가 가끔 미군들과 이야기해보면 그들과 내가 같은 나라에 와있는 건지 의심스러울 지경이었다. 그때 이미 저항세력의 공격이 펑펑 터지고 미군정이 앉혀놓은 이라크 임시정부위원회조차 미군 철수 일정을 거론하는 마당에,'밥'이니 '조지'니 하는 선량한 미군들은 여전히 자기들이 이라크인들을 위해 고생하고 있다고 철석같이 믿었다. 입을 굳게 다물고 쳐다보는 이라크인들의 표정,항의하는 듯한 손짓을 그들은 보면서도 느끼지 못했다. 미군들은 알고 싶어 하지 않았다.

"진리가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고 성경에 씌어 있다. 이라크 전쟁을 십자군 전쟁에 빗댄 부시 대통령도 취임 선서를 하면서 그 위에 손을 얹었다. 진리를 모르는 것,무지는 우리를 자유롭지 못하게 구속할 것이다. 이 시대의 무지란 정보가 부족한 상태가 아니다. 알기를 원하지 않는,모르고 싶어 하는 의지가 눈과 귀로 들어오는 정보를 밀어내 버리는 사고방식이 무지다.

아집과 편견,패권주의. 우리는 이미 대가를 치르고 있다. 점점 더 많은 나라들이 테러 경계를 명분으로 경찰국가로 변신하고 있다. 나는 테러만 똑 떼어서 근절할 수도 없을 뿐더러,설사 그렇게 될지라도 더 무서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일방적 패권주의가 완벽하게 관철되는 세상이란,불안한 지금의 현실보다 훨씬 더 으스스하지 않을까.

런던에서 또 테러사건이 터졌다. 진심으로 희생자들의 명복을 빈다. 그런데 나는 한 가지 의문이 든다. 런던 시민들은 이럴 줄 정말 몰랐을까? 나는 이 순간 너무도 끔찍한 발언을 하고 있다. 만약에 우리나라 어딘가에서 테러가 터진다면,그런데도 내가 살아남는다면,나는 똑같은 질문을 던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럴 줄 우리는 몰랐단 말인가! 정말 우리는 모르나.


[부산일보 2005/07/25 030면]
name
comment5, 06.29. 10:05 - 삭제
name
comment6, 06.29. 12:54 - 삭제
name
comment2, 06.29. 03:42 - 삭제
name
comment5, 06.30. 12:53 - 삭제
name
comment1, 06.30. 06:39 - 삭제
name
comment3, 07.01. 06:01 - 삭제
name
comment5, 07.01. 08:14 - 삭제
name
comment6, 07.02. 09:17 - 삭제
name
comment3, 07.02. 01:08 - 삭제
name
comment2, 07.02. 02:39 - 삭제

번호 제 목 작성자 작성일 조회
16  팔레스타인이 한국 불쌍히 여기는 까닭 관리자 08.04.28 20249
15  누구나 길을 잃는다 [2870] 사무국 07.06.25 9259
14  중동이 아니다 사무국 07.06.25 6394
13  의미심장한 실패 사무국 06.06.22 6952
12  미래에서 돌아온 어른들 [207] 사무국 06.06.22 6777
11  독도와 새만금 [169] 사무국 06.06.22 9448
10  꿈은 스포츠로 이뤄지지 않는다 [42] 사무국 06.04.14 8154
9  신의 것, 인간의 것 사무국 06.03.14 6556
8  반대와 반대 사무국 06.02.28 6578
7  그만 보여 줘 사무국 06.02.02 6579
6  그들은 신발을 벗지 않는다 [414] 사무국 05.11.18 6725
5  밥상 앞에서 [444] 사무국 05.11.08 7557
4  평화의 두 얼굴 사무국 05.11.08 6530
3  소시민의 고민 [72] 사무국 05.11.08 6521
 정말 우리는 모르나 [113] 사무국 05.11.08 6689
1  오수연 칼럼 [868] 관리자 05.06.05 5950
  1  
Copyright 1999-2017 Zeroboa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