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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수전 2011-07-24 22:12:32 | 조회 : 2178
제      목  상식과 양심에 대하여
오래 전에 아주 재미있게 본 영화가 있었다. 1997년 로버트 저메키스가 만든 ‘콘택트’란 영화에서 주인공으로 나온 조디 포스터의 지성미도 일품이었지만 원작소설작자인 칼 세이건(자연과학 대중서적인 ‘코스모스’의 저자)의 현란한 천체물리학의 이론이 깔린 SF적 상상력이 돋보인 명작이었다. 당시 유행하던 외계지적생명체 탐사 계획인 ‘세티’프로젝트를 연상시키는 대규모의 천체 전파 탐지 관측소에서 귀에 리시버를 꼽고 우주에서 날아올지 모르는 전파를 하염없이 기다리다가 드디어 운명적으로 직녀성에서 날아온 전파 신호를 포착한다. 그리고 복잡한 시그널의 해독을 거쳐 마침내 1인승의 우주비행체를 만들게 된다. 그러나 한명만 탈수 있어 탑승자 후보를 선발하기 위한 위원회가 구성되어 엘리(조디 포스터)를 포함한 탑승자 후보에게 선발 시험을 하는 도중 “세계 95%의 인구가 신을 믿는데 당신도 신을 믿습니까”라는 질문에 자신의 신념에 반하는 답을 할 수 없었던 엘리는 탈락하고 만다. 물론 이야기는 대신 탑승한 사람이 우주비행체 발사 도중에 발생한 테러공격에 의해 폭발사고가 발생하여 희생되고, 만일의 경우를 대비하여 만든 제3의 장소(일본의 동북지방)에 마련한 제2발사대에서 발사되어 마침내 18시간의 웜홀을 통과하는 우주여행을 마치고 돌아온다는 영화이다. 그런데 문제는 우주비행체 탑승자 선발과정에서 “신을 믿는가”라는 질문이 우주 비행과 전혀 관련이 없는 질문임에도 당연하게 당락을 결정짓는 문제로 변한다는 시실이었다. 사실 미국은 신앙의 자유가 있으며 국교가 인정되지 않는 헌법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주 당연한 질문으로 등장한다는 점이 이상하게 보인다. 그러나 약 300년전인 1692년 발생한 보스턴 인근의 세일럼 빌리지의 마녀 사냥 소동으로 뉴잉글랜드가 1년간이나 마녀 색출과 처형으로 집단 광기에 휩싸인 역사를 생각하면 굳이 이상한 일도 아니다. 그리고 “세계인의 95%가 신을 믿는다”는 전제를 깔고 무신론인지 아닌지를 집요하게 추궁하는 미국적 풍토는 황당하지만 현실적으로 통한다는데 문제가 있는 것이다. 그 95%에 한국인은 포함될까라는 의문은 우습게 보이기까지 한다. 미국의 형성사가 유럽의 피비린내 나는 종교 전쟁/학살에서 탈출한 청교도를 건국의 시조로 보는 점에서 이해할 수 없는 것만은 아니지만.
그런데 얼마 전 6월 28일 있었던 조용환 헌법재판관 후보자 청문회에서  한나라당 이은재의원과 자유선진당 박선영 의원의 질문 도중 ‘천안함 사건’에 대해 북한의 소행이라는 ‘확신'이 있는 가를 묻는다. 어찌 그렇게 영화 콘택트와 닮았는지. 어디선가 본 것 같은 기시감(데자뷔: desa vu)이 든 것은 역시 어쩔 수 없었다. 위키피디아에 실린 천안함 사건을 보면 버블제트 중어뢰에 의해 폭파되었다는 국방부장관 김태영의 주장이 실려 있고 그 증거로 제시된 북한 어뢰 CHT-02D에 쓰여 있는 1’번‘에 대해 예전에 발견되었던 북한어뢰에는 4’호‘라고 쓰여 있어 논란이 된다는 사항이 같이 실려 있으며 상어급의 잠수함은 북한이 침투용으로 운용하고 있으나 정밀유도 시스템을 갖고 있지 않아 실제로 천암함 공격에 사용되었는가에 대한 의문이 있으며 그보다 더 작은 잠수정이라면 오히려 더 의문스럽다는 설명이 실려있다. 그리고 증거로 제시된 어뢰 추진체 부분에 쓰인 글씨가 녹슨 표면에 쓰여 있어 만일 북한이 공격한 어뢰의 추진체라면 매끈한 표면에 쓰여 있어야 했을 것이란 민주당 추천 조사위원이었던 신상철씨의 의견이 병기되어 있다. 물론 국방부가 신상철씨를 조사위원에서 축출하려 했었다는 사항과 같이 첨부하여. 그리고 말미에 천암함이 버블제트 어뢰에 의해 폭파되었다는 최종 보고서 결론을 첨가하였다. 위키피디아는 비교적 가장 소상하고 깊이 있는 온라인 사전으로 알려져 있다. 위키피디아를 읽는 사람이라면 논란의 핵심이 된 사항에 대해 여러 견해가 있음을 알 수 있으며 자명하고 명백한 사실은 아니라는 점을 쉽게 간파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예전에 송시열이 윤휴에게 ’공자님의 말씀에 대해 주자의 해석‘만이 진리이며 어느 누구도 달리 해석할 수 없음을 강박하였듯이 천안함 사건에 대해 국방부의 발표만이 ’진실‘이었음을 ’확신‘하느냐고 강압적으로 묻는 모습이 많이 닮아 보였다. 천안함사건에 대한 국방부의 발표가 ’진실‘이 되기 위해서는 수많은 미스터리를 풀어야 한다. 먼저 천안함 사건이 세계 최초로 실전에 사용된 ’버블 제트‘ 어뢰 공격이어야 하는데 그 점에 대해 전세계의 수많은 밀리터리 매니아들은 쉽게 동의하지 않는다. 이것은 군사학적으로 아주 흥미있는 문제인데 널리 알려진 바와 같이 2차 세계대전이후 함선에 대한 공격은 미사일의 속도(마하 10에 이를 정도로 빠른)를 물속/수면으로 진행하는 어뢰가 따라 잡을 수 없기 때문에 어뢰의 경우 더 이상 투자/연구가 잘 진행되지 않는 분야이고 그나마도 선진 기술이라고 하는 버블제트 어뢰의 경우 현재 미국 밖에 그 기술을 보유하고 있지 않은데 정밀 유도와 함께 고도의 기술적인 발전이 선행되어야 하는 점을 고려한다면 북한의 군사력 수준에서 기대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많다. 그리고 어뢰 폭발에 따른 급격한 압력의 변화는 함선 안의 승무원의 신체에 충격을 주어 대개 고막이 상하게 되고 출혈이 있으며 주변 수역의 물고기의 경우 압력 변화 충격으로 인해 대개 부레가 터져 물위에 집단으로 떠오르게 된다. 하여튼 실제로 발생되는 이런 현상이 하나도 관찰되지 않고 배만 두 조각/ 세 조각으로 파괴 침몰되는 일이 발생하려면 온갖 경우의 수를 다 동원하여 설명하여야 하는데 대개 이런 경우 복잡하게 설명하는 것보다 간단하게 설명하는 것이 ’진실‘에 부합하는 경우가 많다. 이른바 ’오캄의 면도날(Ockham's razor)‘이라고 하는 경우에 해당한다. 오캄의 면도날 은 ’불필요하게 복잡한 언명을 제시해서는 안된다(Pluralitas non est poneda sine necesitate)‘는 이론이다. 그리고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한 바 ’자연이 완전할수록 그 동작에 필요한 수단도 적어진다‘와 상통하는 얘기이다. 지구상의 어떤 존재도 물리학의 법칙에서 비켜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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