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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수전 2011-07-25 17:32:59 | 조회 : 2483
제      목  3.11과 일본의 변화
분수령(分水嶺)이라는 낱말이 있다. 비가 오는데 빗방울이 이 쪽으로 떨어지면 동해로 가고 다른 쪽으로 떨어지면 서해로 간다. 백두대간의 척추인 태백산맥이 한 예이다. 이처럼 그 사건을 기점으로 전혀 다른 역사가 전개될 때도 역사의 분수령이라는 말을 쓴다. 예를 들어 2001년 발생한 9.11 테러 사건처럼 미국과 세계의 역사가 그 사건을 기점으로 그 전후가 판이하게 달라지는 사건이다. 마찬가지로 9.11 사건이후 거의 10년이 지난 발생한 2011년 3월 11일 일본대지진은 앞으로 그보다 세계사에서 그 보다 더한 자리 매김을 할 것으로 본다. 이미 후쿠시마 원전사고는 세계 원전 사고 사상 가장 큰 사고였던 체르노빌 사고와 동급이 되었으며 향후 전개에 따라 그보다 더 큰 사고로 발전할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것은 후쿠시마 원전 상황에 대해 자세히 공표하지 않으며 미국과 프랑스 외의 다른 국가 기술진의 접근을 차단하고 있는 것이 또 다른 알려지지 않은 비밀이 존재할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본다. 일각에서는 사고 원전내에 이미 일본이 너무나 많이 보유하고 있는 플루토늄의 일부가 보관되어 있을 가능성이 많다고 보고 있으며 이런 가능성은 결국 방사능 누출이 진행된 다음에야 현실로 알려질 지도 모른다. 그런 점에서 일본 당국의 비밀주의와 불성실한 공표는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이미 원전 사고의 최고 등급에 올랐는데 그 이상의 진행 경과는 현재로서 상상하기 힘들 것이다. 이러한 큰 사고로 인해 일본이라는 시스템이 갖고 있는 치명적인 약점이 드러나고 있으며 현재의 일본은 이를 극복하고 정상으로 복원할 할 능력이 없어 결국은 새로운 역사의 단계로 진입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역사상 어느 나라도 흥망성쇠를 거듭하는 것은 보편적인 진실이며 잠재력에 비해 지나치게 높은 위치에 있었다면 다시 원래 자리로 돌아오는 경향(return to mean)이 있다. 개개인으로 본다면 ‘아웃라이어’ 에서 말하는 바와 같이 개인의 특출난 성공 뒤에는 우선적으로 기회를 제공받는 것과 약 만 시간의 노력이 있다고 하였다. 우선적인 기회란 캐나다의 아이스하키 선수들이 1,2월생이 많으며 미국 프로야구에서는 7.8월생이 많은 것과 같이 또래 사이의 경쟁에서 조그만 우선권(생일이 앞선 아이들의 체격 조건이 다른 또래 아이들에 비해 우세하다)이 결국은 확대 재생산되어 선점 효과를 유지한다는 얘기이다. 역사상에서도 마찬가지로 유럽에서 아주 작은 나라에 속하던 잉글랜드(1400년대에도 영국인구는 약 이백만명으로 프랑스의 천만명에 비해 한참 작았다)가 항해상의 기술발전 등에 힘입어 해양강국이 되었다. 그리고 선점 효과로 ‘해가 지지 않는 제국’을 만들었다. 물론 이런 이면에는 산업혁명과 수많은 과학자/상인/탐험자 들의 기여가 없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대영제국을 뒷받침하였고 청나라를 아편전쟁을 통해 굴복시켰던 군사력의 중심에는 해군이 있었지만 그 대영제국의 해군이란 것은 처음은 스코틀란드의 군함을 나포하여 최초의 영국 해군함으로 하고 해군을 창설하였던 사람이 헨리8세였던 점을 생각하면 정말로 순식간의 기회를 포착하고 이를 확대 재생산하여 전세계 해양을 제해권을 장악하였던 것은 ‘아웃라이어’의 전형이었다. 이렇게 과도하게 평가된 영국의 지위는 세계패권국에서 어느 듯 내려와 G6(G1의 미국,G2의 중국,G3의 일본,G4의 독일, G5의 프랑스 다음으로)의 지위에 있다. 마찬가지로 동아시아 여러나라들이 서세동점의 영향으로 힘들어할 때 재빨리 서구화(이른바 탈아입구)에 성공하여 조금 더 빨리 부국강병에 진입한 일본은 이번의 3.11 일본대지진을 계기로 강점이 부각되는 시기에서 취약점이 노출되는 시기로 전환하는 역사적 변곡점에 있는 것이다.
일본은 1853년 7월 미국 페리제독이 몰고 온 흑선에 의해 개방되었다고 하지만 실은 흑선이 일본에 들어오기 1년전부터 흑선을 맞을 준비를 하였으며 이미 그전에 포르투갈과 네덜란드를 상대로 제한된 개방을 하며 준비를 한 바 있었다. 이런 사전 준비로 인해 일본의 개방과 서구화는 일사천리로 진행되어 선점 효과로 인해 서구 제국주의 열강에 끼어들었다.
그러나 일본은 동아시아 한중일 3국 중에서 유일하게 과거 시험을 보지 않았으며 사농공상의 ‘사’(士)가 문사가 아닌 무사인 것이 특이하였다. 무사 중심의 사회에서 개인의 자기 결정권을 우두머리로 이양되는 ‘자기 결정권 이양’의 희한한 체제가 굳어졌고 이런 무사 중심의 사회에서는 자신의 정견은 숨겨야 하며 나타낼 경우 ‘할복(셋부쿠)’을 불사하여야 했다. 일본사람들이 좋아하는 ‘충신장(쥬신구라)’의 이야기가 공론으로 나타난 것이 아니고 집단 할복으로 끝나는 것은 사육신/생육신으로 나타나는 한국사와 사뭇 다른 점이 있다. 결과 일본은 명분이 중요하지 않은 전통이 천년이상 이어온 것이다. 서구의 모방과 따라잡기에는 도움이 되지만 세계를 주도하는 G2의 위상은 일본에게는 버거운 것이고 그 취약한 고리가 지진과 원전 사고를 통해 하나 하나 노출되고 있어 일본의 이번 지진의 경우 단순한 지진이 아니고 일본 체제 자체의 상(phase) 변이로 전환되고 있는 중이다. 사실 이런 변화는 이미 일본의 관료 체제가 일본 사회경제를 이끌어 가지 못하고 질곡으로 굳어지는 경향으로 인해 2001년 일본 관료 엘리트의 집합소였던 그리고 일본 경제성장의 견인차였던 대장성(오쿠라쇼)이 해체된 것을 생각한다면 오히려 아주 늦어진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리고 구 체제로는 이제 더 이상 일본을 끌 고 갈 수 없는 막바지까지 온 것을 알 수 있다. 군사학으로 본 다면 미국의 강점은 시야가 넓은 장군의 자질에 있고 독일의 강점은 유능한 장교의 능력에 있으며 일본의 강점은 꼼꼼한 하사관(부사관)의 보살핌에 있다고 한다. 이러한 시어머니 부사관적인 체제로 오히려 G2의 위상에 그토록 오래 있었던 것이 놀라울 정도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어쨌든 시대는 변하고 새로운 시기로 접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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