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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수전 2012-08-03 21:30:22 | 조회 : 2028
제      목  잃어버린 왕국을 찾아서
잃어버린 왕국을 찾아서                                            

한 때는 향료 무역으로 번창하였으며 군사적으로 인근의 큰 왕국들과 자웅을 겨뤘던 나라가 있었다. 문화적으로도 융성하여 그 나라가 남긴 건축물이 지금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있다. 바로 참파 왕국 또는 점성국이라 불렸던 나라이다. 우리나라에서 비행기를 타고  네 시간 가면 도착하는 곳이다. 이 왕국의 영토는 지금의 베트남의 중부(안남 지역)를 차지하였다. 서기 192년부터 그 존재가 기록되어 있으며 1832년 베트남의 응웬조의 민망 황제에 의해 최종 병합되어 소멸된 나라이다. 첫 수도는 인드라푸라(875-979)(지금의 다낭 근처)이며 베트남의 남진 정책에 의해 밀려나면서 수도를 옮기게 되어 다음으로 비자야(978-1485)(지금의 퀴년) 판두랑가(1485-1832)(지금의 판장)로 전전하였다. 비록 지금은 인구 약 20만명 정도로 베트남의 50여개 소수 민족중의 하나이지만 당대의 참파는 향료 무역을 타고 북쪽의 베트남과 남쪽의 앙코르 왕조를 침공하기도 하고 견제하였던 나라였다. 그래서 캄보디아의 앙코르와트의 부조에도 참파군과의 전투가 묘사되어 있다. 그리고 베트남 역사에서도 탕롱(지금의 하노이)를 여러번 함락시켰던  적이 있었다.
수도의 이름 인드라푸라 (‘인드라’의 도시)에서 볼 수 있듯이 이 나라는 유교와 한문화의 영향을 받은 베트남과 달리 인도 문화권의 나라여서 그 나라가 만들었던 찬란한 문화 유산은 거의 힌두 신화와 연결되어 있다. 다낭의 참파 박물관(일명 앙리 빠르망띠에 박물관)과 미선 유적지의 참파 조각을 보면 조각의 완성도가 오히려 앙코르 와트의 부조와 조각을 능가하는 것이 많다. 시바나 브라흐마 신을 묘사하는 조각선의 신비로운 자태는 다른 곳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것이 결코 아니다. 다만 미선의 유적지에 가면 신전과 신전에 모셨던 링감이나 요니가 그 자리에 있지 않고 엉뚱한 곳에 자리한 것이 거슬려 보인다. 아마도 베트남의 주 민족인 낀족이 보기에는 힌두 신화의 세계가 잘 이해되지 않는 면이 있었을 것이다. 1492년 베트남의 병부상서, 국자감 사업, 국사관도총재 등을 역임하였던 무경(武瓊)(1452-1516)이 전해 내려오는 얘기들을 편집 정리 출판한 <영남 척괴 열전>이라는 책의 <야차왕전>에서 보면 남월(남비엣)의 구락국(어우락국) 밖에 묘엄국이 있었고 그 임금이 야챠왕이라 하였다. 그런데 야차왕은 북쪽의 호손정국(狐猻精國)이라는 왕국의 태자인 미자(微姿)의 미인 아내인 백정후랑(白淨后娘)을 얻기 위해 군사를 끌고 침공하여 백정후랑을 잡아갔다고 한다. 이에 분노한 호손정국의 태자 미자가 원숭이 무리를 끌고 산을 뽑고 바다를 메워 묘엄국을 공격하여 야차왕을 죽이고 도로 백정후랑을 데리고 왔다고 하였다. 이 호손정국은 원숭이 정령의 나라로 지금의 참파(점성숙)라 하였다. 이 <야차왕전>에 묘사한 참파의 이야기는 아마도 참파와 앙코르 그리고 스리비자야(말레이 반도와 수마트라에 걸쳐 있었던 나라)에서 광범위하게 암송되고 문학작품으로 그리고 연극이나 춤으로 묘사되던 <라마야나>이야기가 와전되어 전해진 것으로 보인다. 이를 통해 본다면 15세기 당시의 다이비엣(베트남)과 참파는 군사적 갈등은 있었지만 문화교류는 거의 없었던 것 같고 지금의 서구 기독교 문화권과 중동의 이슬람 문화권 사이의 문화 충돌의 당대판 같아 보인다. 사실 우리나라나 중국도  힌두 문화의 가장 방대하고(2만 4천의 싯귀로 되어 있다) 가장 오래된(BC 11 세기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서사시인 <라마야나>이야기가 직접 들어오지 않았고 간접적으로 전해진 영향으로 <서유기>(손오공이 라마야나의 원숭이 하누만 역할을 한다)를 접했던 것처럼. 앙코르 와트의 방대한 부조에 묘사된 라마야나의 이야기는 그 자체로도 모든 이야기와 사상과 철학과 문학적 상상력의 원전이 되기도 한다. 참파의 유적중 유네스코 문화재로 지정된 미선(아름다운 산이란 뜻의 베트남어) 유적지는 지금은 거의 폐허처럼 보이지만 서구 여러 나라와 일본 등의 원조로 복원 중이다. 미선 유적지에 있는 참파 조각에 나타난 고졸하고 멋스러운 그리고 기품있는 모습을 보았다면 다낭과 호이안(참파왕국의 무역항에 해당하였다) 그리고 베트남 마지막 황조의 수도인 후에를 곁들여 보는 베트남 중부 여행의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나 중국의 왕궁과 왕릉을 본 사람들에게는 무엇이 같고 무엇이 다른지 '틀린 그림 찾기‘ 같은 재미가 있다.
2011년 12월부터 인천공항에서 다낭으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의 직항편이 개설되어 이제는 더욱 편하게 가볼 수 있게 되었다. 역사의 향기를 찾는 사람들에게는 반가운 소식일 것이다. 역사는 거울이며 남의 역사를 통해 우리 역사를 보는 즐거움을 많은 사람들이 누렸으면 하고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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