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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무국 2009-06-11 13:15:08 | 조회 : 6478
제      목  싸이더스FNH 사퇴한 차승재 전 대표
2009년 6월 11일 한겨레신문 원문 보기(클릭)

“영화 엔진은 프로듀서…나를 ‘마루타’로 활용하라”
싸이더스FNH 사퇴한 차승재 전 대표

이재성 기자 김명진 기자  


»싸이더스FNH 사퇴한 차승재 전 대표»»»»»»
  
차승재 전 싸이더스에프앤에이치(이하 싸이더스) 공동대표가 회사를 그만둔 지 한달이 다 되어간다. 한국 영화 최대 제작사인 싸이더스의 설립자이자 자타가 공인하는 충무로 최고의 실력자인 그의 행보에 영화인들의 관심이 쏠린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정작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언론 인터뷰도 꺼렸다. 스타 프로듀서로서 차 전 대표는 그동안 한국영화에 대해 많은 발언을 해왔기 때문에, 아무런 공식 해명 없이 퇴장하는 건 차승재 답지 않은 일이다. 더구나 그의 퇴장은 한 세대의 퇴장이기도 하다. 지난 8일 어렵사리 그를 만나 속사정을 들어봤다.

잇단 흥행 실패로 물러나
성공 예측 맞을 확률 30% 안돼
자본·창작자 ‘화이부동’ 중요
진정성 있는 영화가 시장 견인


-싸이더스는 “최근 2년 간 잇딴 흥행 실패로 경영이 악화됐다. 이에 차승재, 김미희 두 공동대표가 대표이사직을 자진 사퇴했다”고 밝혔다. 어디까지가 사실인가?

“사표를 내기 얼마 전쯤 그만뒀으면 한다는 신호가 왔다. 흥행 실적이 나빴던 것은 사실이다. 손실이 컸다.”

-2007년 <이장과 군수> 이후 <어깨너머의 연인> <용의주도 미스신> <라듸오 데이즈> <트럭> <1724 기방난동사건> 등이 잇따라 실패했다. 어디까지 책임이 있나?

“내가 한 것과 김미희 대표가 한 것이 섞여 있다. 그걸 구분해서 무엇하나. 영화는 야구와 비슷하다. 1번부터 9번 타자까지 고르게 잘 칠 수 없다.”

차승재의 ‘싸이더스픽처스’와 김미희의 ‘좋은 영화’가 지난 2005년 합병해 싸이더스에프앤에이치가 탄생했다. 두 달 뒤 이 회사는 통신회사 케이티로부터 280억원을 받고 지분(신주발행) 51%를 넘겼다. 이 과정에서 그가 개인적으로 돈을 챙겼다는 소문은 낭설이라고 그는 말했다.

-대주주인 케이티 쪽과 계속 갈등을 겪어왔다는 소문이 있었다.

“밖에서 생각하는 것처럼 크지는 않았다. 나는 그쪽 입장을 이해한다. 경영 계획을 잡았으면 그 안에서 움직여야 하는데 차이가 너무 크니까 경영 능력 부재라고 볼 수 있는 거다. 그렇다고 그 기준을 받아들일 수는 없었다. 영화라는 게 된다, 안 된다는 예측이 맞을 확률은 30%도 채 안 된다. 어쨌든 재임 기간 동안 영화가 나빴던 건 100% 수긍한다.”

-대표이사직 사퇴가 ‘불감청 고소원’이었을 거라고 보는 시각이 있다.

“그렇게 말하면 그분들(케이티)에게 실례다. 그분들은 자회사가 많으니까 일률적으로 관리할 수밖에 없는 측면이 있었던 거다. 다만 이런 식으로 관리한다면 콘텐츠 사업을 하기 어렵다고 생각했다. 조선이나 철강 같은 일반 제조업과 다른 영화산업만의 특성이 있다. 영화산업은 생산 설비가 기계가 아니라 사람들인데, 이걸 어떻게 관리할 것이냐의 문제다.”

-싸이더스는 투자·배급 담당 전무였던, 씨제이엔터테인먼트 출신의 최평호 대표이사를 수장으로 앉혔다. 제작보다는 투자·배급에 치중하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케이티가 콘텐츠 사업을 할 생각이 많은 것 같지는 않다.”

-우회상장, 합병 등 외부 자본과의 결합을 통해 영화 제작사의 대형화에 앞장 서 왔다. 자본 시장과의 게임에서 패배를 인정하나.

“통계도 기준도 없는 보따리 장사에서 그동안 산업화가 많이 된 거다. 산업화가 돼야 투명한 자본이 들어오고, 시장이 커지고 일자리가 생긴다. 영화는 창의력만 가지고는 안 된다. 자본이 필요한 장르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말이 화이부동이다. 창작자와 자본이 같을 수 없다. 둘이 어떻게 잘 지낼 것이냐가 중요하다. 그 길을 찾는 게임에서 차승재의 시도는 실패했다. 나의 자책골로.”

싸이더스 내려놓으니 많은 길 보여
계약상 내년 말까진 영화 일 못해
처음 맞은 방학 일단 쉬려고
정학인가? 하하하


199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 중반까지를 한국 영화 제2의 르네상스라고 표현한다면, 그 중심에 차승재를 비롯한 영화 프로듀서 1세대가 자리잡고 있다. 신선한 기획과 상업적 감각, 새로운 역사의식으로 무장한 젊은 프로듀서들이 한국 영화시장을 주도했고, 그 결과 한국 영화가 일대 중흥을 맞았다. 현재 한국 영화의 침체는 이들 프로듀서 1세대의 침체와 무관하지 않다. 문제는 1세대를 능가할 2세대의 비전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한국 영화산업의 한 시대가 저물고 있다는 평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하나의 종지부가 찍혔다고 본다. 나를 포함해 스튜디오 2.0 김승범, 쇼이스트 김동주가 사라졌고. 남아 있는 것은 시네마서비스의 강우석, 엠케이픽처스의 심재명 정도다.”

-충무로 토착 자본이 재벌 계열사(씨제이, 쇼박스, 롯데)와의 싸움에서 진 것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 콘텐츠 진영과 유통 진영의 싸움에서 콘텐츠 진영이 완패한 것으로 볼 수도 있고.

“토착 기업과 대기업이 싸우면 당연히 대기업이 이긴다. 규모의 경제니까. 대기업들이 이건 알아야 한다. 영화가 시나리오만 있다고 되나. 프로듀서도 있어야 하고, 감독, 배우도 있어야 한다. 돈도 있어야 한다. 어느 것 하나만 빠져도 단절이 생겨서 좋은 영화가 나올 수 없다. 프로듀서와 제작사들에게는 너무 힘든 시절이다. 이 직업 자체가 없어지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도 든다.”

-씨제이엔터테인먼트의 경우 직접 제작을 하고 있다. 프로듀서를 프리랜서로 고용하기도 한다.

“한국 영화 산업의 전선은 좀 특이한 점이 있다. 할리우드는 상업 영화가 주류를 차지하고 있지만 한국만 해도 의미 있는 영화들, 알맹이 있는 영화들을 만들어 왔고, 아시아 시장에서 꽤 값어치 있고, 경쟁력 있는 콘텐츠가 됐다. 진정성 있는 영화가 평가받고 시장을 견인해 왔다는 점을 자본이 인정해야 한다. 볼거리로서의 영화가 필요 없다는 얘기가 아니다. 적절하게 잘 섞여 있어야 한다.”

-앞으로 뭘 할 건가.

“계약 기간이 5년이다. 2005년 12월 5일 계약서에 사인했으니까 2010년 12월5일까지다. 그때까지는 영화 관련 사업을 할 수 없다. 약속을 지키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 기간이 지나면 감독을 할 수도 있고, 색깔있는 프로덕션을 만들 수도 있다. 싸이더스라는 짐을 내려놓고 보니까 많은 길들이 보인다. 일단은 좀 쉬면서 반성을 많이 하려고 한다. 그동안 거의 쉬지 못했다. 처음 방학을 받았다. 정학인지도 모르겠지만. 하하하.”

-아무래도 프로듀서로서의 가능성이 가장 커보인다.

“성난 김에 서방질 한다고 아예 자본을 더 모아서 비즈니스만 하는 프로듀서가 될 수도 있고, 어린 시절 초심으로 돌아가서 친한 감독들하고 작품을 할 수도 있다. 작품 하는 게 사실 제일 편한 일인데, 과연 내가 할 일이냐, 너무 소승적 결정 아니냐는 의문이 있다.”

-후배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은?

“나를 뚱뚱한 마루타로 활용해 달라는 거다. 잘 연구하고 분석해서 취할 건 취하고, 버릴 건 버리고. 분명한 건 프로듀서가 한국 영화의 엔진이라는 사실이다. 배로 치면 기관장이다.”


1년 반 뒤 그는 어떤 형태로든 영화와 관련된 일을 하게 될 것 같다. 차 전 대표는 “영화로부터 받은 것이 너무 많다”며 “그 고마움을 갚으려면 당연히 더 봉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가 돌아올 때쯤 한국영화가 제3의 르네상스를 맞게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글 이재성 기자 san@hani.co.kr
사진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 차승재는 누구인가
남다른 안목 수작들 제작


» 싸이더스FNH 사퇴한 차승재 전 대표

1960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어렸을 때는 영화보다 책에 더 관심이 많았다. 대학 4학년 때 카페를 운영했고, 옷 장사로 꽤 많은 돈을 모았다. 1992년 <걸어서 하늘까지>의 제작부장을 맡으면서 본격적으로 영화판에 뛰어들었다. 1995년 우노필름을 만들어 흥행작 <비트> 등을 만들었다. 그의 전성기는 2003년 싸이더스픽처스를 설립하면서부터 시작된다. <살인의 추억> <말죽거리 잔혹사> <범죄의 재구성> <타짜> 등 작품성과 흥행성을 겸비한 수작들을 다수 제작했다. 허진호, 임상수, 오승욱, 박흥식, 봉준호, 장준환, 최동훈, 임필성, 한재림 등 재능있는 감독들을 발굴했다. 장준환 감독의 <지구를 지켜라!>의 시나리오를 들고 배우 백윤식을 직접 찾아가 외계인 역에 캐스팅하면서 괄목할만한 중년 스타로 키우는 등 안목과 열정을 두루 갖춘 프로듀서로 인정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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