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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무국 2007-07-02 13:59:02 | 조회 : 4766
제      목  오수연 회원 새책 <황금지붕> 출간
먼 나라의 고통도 곧 내 아픔


인간의 고통에 예민한 소설가 오수연(43·사진)이 소설집 ‘황금 지붕’(실천문학사)을 펴냈다. 이라크, 팔레스타인 등 인권 유린 현장에서 느꼈던 비인간성과 절망을 글로 풀었다. 피비린내 가득한 분쟁을 사실적으로 묘사한 논픽션 ‘아부 알리, 죽지 마―이라크 전쟁의 기록’(2004)과는 다르다. 이번엔 이라크, 팔레스타인에서 맛본 암담함을 감수성으로 전달한다.

각 단편은 전통적인 소설 작법을 무시한다. 작품 속 인물들은 이름과 뚜렷한 개성이 없다. 구체적인 장소와 시간도 명확하게 표시되지 않는다. 심지어 공간이 우그러지는 몽환적인 장면이 예사로 펼쳐진다. 표제작 ‘황금 지붕’은 팔레스타인 민가를 지키는 반전 활동가의 불안을 그렸다. 이스라엘군의 탱크에 언제 폭파될지 모르는 곳이다. 소설 속 화자는 동료와 함께 ‘외국인 인간방패’로서 민가의 파괴를 방지한다. 동료 없이 혼자 남은 밤, 화자는 탱크의 궤도 소리에 극심한 공포를 느낀다.

“바퀴벌레가 되어 무감각해지고 싶으며, 습기로 녹아 형체 없이 공기에 섞이고 싶다. 사람 말고 무엇이든 되고 싶다.”(245쪽)

황금 지붕은 팔레스타인 순교자가 간다는 사후 세계다. “공포도, 분노도, 슬픔도 없는 곳”이지만, 폭탄으로 제 몸을 찢은 후에 가는 슬픈 천국이다. 오수연은 “그들의 아픔이 곧 내 아픔이라는 의미에서 일부러 장소, 인물의 개성을 지웠다”며 “그것이 타인의 막막함, 아픔을 내 것처럼 느끼는 데 효과적일 것”이라고 말한다.

그의 메시지가 가장 잘 드러나는 작품은 ‘재칼과 바다의 장’이다. 재칼 두 마리의 대화를 통해 땅에 대한 인간의 탐욕을 비판한다. 중간중간 테러리스트로 오인 받은 한국 문인의 이메일이 삽입돼 있다. 우화와 현실을 넘나드는 소설이 드러내는 건 하나다. 땅을 차지하기 사람을 죽이도록 종용하는 거대한 힘. 실제 오씨가 미워하며, 분노하는 세력이다. 하지만, 분노로는 불의를 바로잡을 수 없다. 소설 끝 부분에는 행동가로서 작가의 다짐인 듯 보이는 구절이 있다. “나 자신을 분노로 채우지 않겠습니다. 내가 그런다면 저들이 기뻐할 것입니다. 내가 희망을 잃고 포기하는 것이야말로 저들이 원하는 바이지요.”(298쪽)

이밖에 국경지대 검문소에서 발이 묶인 사람들을 묘사한 ‘문’, 점령군의 봉쇄 작전에서 살아남은 두 남녀의 지옥 같은 사랑을 그린 ‘꽃비’ 등 7편의 단편이 실렸다. 모두 매캐한 포연(砲煙)으로 둘러싸인 듯한 분위기를 전한다. 오씨는 “‘먼 나라의 일’이라며 모른 척하는 한국인들이 그곳의 어둠과 공포를 마음으로 감지할 수 있도록 새로운 형식으로 썼다”고 밝혔다.

사르트르는 ‘지식인이란 자기와 상관없는 일에 참견하는 자’라고 정의했다. 타인이 겪는 고통에 둔감할 수 없다는 말이다. 오씨는 이 정의에 가장 잘 들어맞는 지식인이다. 그에겐 지구 구석구석에서 들려오는 비명이 잘 들린다. 그는 올해 말 다시 팔레스타인으로 날아가 핍박받는 이들을 돌볼 생각이다.

“누구에게나 자기가 있는 자리가 ‘여기’이자 ‘저기’이며, ‘세계’입니다.”

심재천 기자 jayshim@segye.com

[세계일보2007.0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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