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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무국 2007-08-14 15:06:15 | 조회 : 4815
제      목  김남일 공동대표 새 책 <산을 내려가는 법>
"사랑이든 혁명이든 철저히 깨지고 나서야 다시 시작할 수 있다"

소설가 김남일(50)씨가 네 번째 소설집 ‘산을 내려가는 법’(실천문학사)을 펴냈다. 1997년 ‘세상의 어떤 아침’ 이후 꼭 10년 만이다. 87년 등단한 그는 자유실천문인협의회 실무자였고, 6월 항쟁 소용돌이 속에 몸을 던진 행동가였다. 90년대 이후 변혁을 갈망하는 세력의 버팀목이 사라지면서 김씨의 작품에는 허망한 좌절감이 스며들기 시작했다. 마음을 비우고 사물의 바닥까지 내려가 보려는 기미도 보였다. 그는 “사랑이든 혁명이든 한 번 철저히 깨지고 나서야 다시 시작할 수 있다”며 허무를 긍정한다.

표제작 ‘산을 내려가는 법’은 운동권 여성 민이 겪는 ‘인생의 바닥’을 그린다. 민은 대학시절 함께 민주화 운동을 했던 강 선배와 사랑에 빠진다. 그는 ‘하늘에 빛나는 별을 보고 길을 찾을 수 있었던 시대’에 대해 알려준 멋진 남자였다. 하지만 강 선배는 민을 떠나 다른 여자와 결혼한다. 7년 뒤, 정치 실세로 발돋움하려는 남자는 술에 취해 민을 찾아온다. 민은 유부남이 된 강 선배를 받아들이지만 막다른 벽에 부딪힌 사랑임을 안다.

“그날 밤 여자는 별이 나침반을 대신하던 시대는 지났다는 걸 비로소 깨달았다.”(181쪽)

상처투성이가 된 민은 티베트의 칭짱 고원으로 떠난다. 맹추위와 고산병으로 인사불성이 되지만, 일본인 배낭족 오오야마의 헌신 덕분에 목숨을 건진다. 민은 “평지의 사랑 같은 것, 다 버려도 아깝지 않다”며 오오야마와 뜨거운 사랑을 나눈다. 정작 산을 내려오자, 민은 강 선배의 체취를 잊지 못해 오오야마를 외면한다. 어느 날, 오오야마의 어머니가 아들의 자살을 이메일로 알려온다. 민은 답장을 쓰지 못한 채 무력감만 느낀다.

“민은 자신이 산을 내려가는 법에 대해서 아직도 모르는 게 너무나 많다는 걸 절실히 깨달았다”(194쪽)

‘사북장 여관’의 ‘나’는 1980년대 보안사에서 고초를 겪던 자신을 보살핀 아내를 저버린다. 애인과 떠난 태백 여행길. 둘은 눈길에 막혀 사북에 있는 여관에 묵는다. 험준한 싸릿재를 넘을 엄두가 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여관에서 그들은 일전에 히말라야 칼리간다키를 여행했던 황홀한 추억을 떠올린다.

과거 ‘내’가 광산지대 르포를 쓰기 위해 들렀던 사북에는 현재 휘황한 도박장이 세워졌다. 소설 속 화자는 이제 싸릿재는 없어지고, 태백까지 곧장 연결된 터널이 있음을 알게 된다. ‘나’는 편리한 터널 앞에서 머뭇거린다. “터널을 쌩하니 달려가면 과연 거기, 태백이 나올까.”(125쪽) 소설엔 결혼과 사회변혁의 꿈에 실패한 두 남녀와 도박장에 터전을 내준 사북 주민의 허무가 짙게 감돈다.

‘산을 내려가는 법’ ‘사북장 여관’에는 공통으로 히말라야가 등장한다. 산은 소설 속 인물이 상처와 패배의 기억을 잊는 공간이다. 김씨는 “바닥에 떨어진 사람에게 마지막 유토피아를 선사하고 싶었다”고 말한다.

이 밖에 토끼를 내세워 인터넷 시대를 직설적으로 풍자한 ‘망’, 시대착오적 인물 오생을 통해 꿈을 상실한 세계를 비판한 ‘오생의 최후’ ‘오생의 부활’ 등 9편의 단편이 실렸다.

김씨는 90년대 들어서 글을 거의 쓰지 못했다. 그는 “운동권의 변모, 동시대인의 사유방식 등이 생경하고 거북했다”며 “희망이 잘 보이지 않으니 허무주의자가 돼 갔다”고 이유를 밝힌다. 현재 김씨는 인간 위주의 세계질서를 비판한 장편을 집필 중이다. 그는 요즘 암벽 등반에 빠져 있다. 지난해 북한산 인수봉에 오른 경험을 “내 생애 가장 큰 보람”으로 여기는 그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산 히말라야 아마다블람에 꼭 오르고 싶다”고 말한다.

[세계일보2007.08.10]  
심재천 기자 jayshi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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