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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무국 2007-08-14 15:10:59 | 조회 : 4645
제      목  산을 내려가는 법
인생의 산 어디로 어떻게 내려갈까
10년만에 펴낸 작가의 세번째 소설집
실패한 사랑·배반한 시대 뒤로하고 내려가는 길
문학에 “생을 건” 자부심이 마음을 다잡는다


<산을 내려가는 법>
김남일 지음/실천문학사·9800원


김남일(50)씨의 첫 장편 〈청년일기〉가 나온 것은 1987년. 지금으로부터 20년 전이었다. 10년 전인 1997년에는 작가의 두 번째 소설집 〈세상의 어떤 아침〉이 나왔다. 그로부터 다시 10년. 세 번째 소설집 〈산을 내려가는 법〉을 낸 작가는 만으로도 쉰 고개를 넘어선, 갈데없는 ‘중늙은이’가 되어 있다. 더는 청년이라 부르기 어려운, 〈청년일기〉의 시절로부터 거의 영겁의 세월을 건너온 듯한 지점에 지금 작가는 엉거주춤 서 있다.

그는 이제 내려가고자 한다. 올라온 곳이 어디인지는 알 수 없지만, 지금이 내려가야 할 때라는 것만큼은 잘 알고 있다. 공간을 확보했다기보다는 시간에 떠밀리고 있는 것. 그런데 어떻게 내려가야 한담? 그리고 어디로?

표제작을 비롯해 소설집에 수록된 아홉 중단편은 한결같이 하강의 이미지에 지배된다. “이번 생은 저 자들의 몫이야. 너는 나와 함께 산을 내려가야 해”(164쪽)라는, 표제작의 주인공이 꿈에서 듣는 누군가의 목소리는 소설집의 기조를 단적으로 말해준다. 하강을 다른 말로 환멸이라 할 수 있다면, 환멸의 근거는 크게 두 가지. 그토록 빛났던 사랑의 실패와 그토록 믿었던 시대의 배반이다.

다 같은 하강의 이미지라고는 하지만, 수록작들마다 약간씩의 색채와 뉘앙스 차이는 엄연하다. 〈사북장 여관〉과 〈산을 내려가는 법〉 같은 작품이 내려가는 정황을 사실주의적으로 포착했다면, 앞쪽에 배치된 〈망〉과 〈오생의 최후〉 〈오생의 부활〉에서는 이미 바닥을 친 상태에서의 삶을 블랙 유머와 알레고리의 방식으로 다루고 있다. “(…) 내 눈길은 마침내 주변의 어둠보다도 더 까만 터널 입구를 찾아낼 수 있었다. 그게 길이었다. 유일한”(125쪽)이라는, 〈사북장 여관〉의 마지막 문장은 고통스럽지만 끝이 보이지 않는 하강의 과정을 증언한다. 깜깜한 터널의 끝에 기다리던 무언가가 있을지는 알 수 없다. 지금으로서는 그곳이 유일하게 뚫려 있는 길이라는 사실만이 확실할 따름.

“어쩌면 내가 그리워하던 게 이런 바닥이었는지 모르지! 사랑이 끝나고 꿈마저 깨진 그곳, 그 바닥!”(65쪽)

〈오생의 최후〉의 말미에서 예찬(?)하는 바닥이 〈사북장 여관〉의 주인공이 찾아가던 목표 지점일 수 있을까? 결국 죽음에 이르고 마는 오생의 체념과 자조를 대안으로 제시할 수는 없지 않겠는가. 〈망〉과 두 편의 ‘오생’ 연작은 모두 올해 들어 발표한 신작들인데, 유쾌하지만 어딘지 공허한 요설이 현실의 지리멸렬함을 넘어 새로운 활력으로 나아가기는 버거워 보인다.

적잖은 수록작들에 작가의 (등)(신)대의 자화상이 등장한다는 사실, 그리고 소설집 곳곳에서 ‘기억’의 의미와 가치를 거듭 되새긴다는 점에 주목하고 싶다. 아름다웠던 기억은 송두리째 사라져버렸고(〈망〉), 남은 것은 수모의 기억뿐(〈사북장 여관〉)이다. 사라져버린 아름다운 기억이든 남아 있는 수모의 기억이든, 기억은 고통의 원천일 따름이다. 오죽하면 “인간의 기억만큼 잔인한 신의 저주는 없다고”(269쪽) 하겠는가. 그렇지만 꼭 그렇기만 할까. 여기 기억에 관한 다른 이론이 있다.

“아가, 프란체스카야. 실컷 울어라. 그래야 자꾸 기억하게 되고, 우리 같은 사람들, 나중엔 그 힘으로 버티면서 살아가는 거란다.”(95~96쪽)

〈오생의 부활〉에서 오생이 마주친 어떤 노인의 말이다. 노인이 말하는 기억을 ‘문학’으로 바꿔치기하면 어떨까. “작가는 작가란 말이야. 말하자면 문학을 한다는 거잖아요, 생을 걸고.”(145쪽) 〈노을을 위하여〉의 후배 작가 ‘수’의 자부가 안간힘을 다해 이 소설집을 떠받치고 있다고 말할 수는 없을까.

[한겨레신문2007.08.10]
최재봉 문학전문기자 b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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