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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리자 2014-06-10 14:06:01 | 조회 : 1232
제      목  (계간) 아시아 33호 (2014.여름) -방콕
계간 ASIA 2014년 여름호 (통권 제33호)
STORYTELLING ASIA—방콕 Bangkok

  발행일 2014년 6월 1일
  값 13,000원, 304쪽
  출판사 아시아
  분야 문예 계간지
  ISSN 1975-3500 42



정치적 균열의 드라마가 펼쳐지는 타이를 담다

한영 대역으로 발행되는 아시아 전문 문예계간지 《ASIA》의 여름호는 방콕을 찾았다. 창간호부터 지속적으로 아시아 지역의 문학과 문화, 쟁점과 이슈를 조명해 온 《ASIA》는 지난 2012년 봄호(통권 제24호)부터 ‘스토리텔링 아시아’라는 부제를 달고 아시아 각국의 도시 이야기를 특집으로 다룬다.  

현재 방콕은 지구상에서 가장 뜨거운 쟁점을 안고 있는 도시 중의 하나이다. 5월, 방콕에는 계엄령이 선포되었고, 잉랏 친나왓 총리 퇴진과 총선 반대 시위로 타이 정국은 불안하다. 일명 옐로우 셔츠와 레드 셔츠의 충돌로 상징되는, 공존 불가한 두 패러다임 사이의 갈등은 외부인의 시선으로 명쾌하게 판단하기가 쉽지 않다. 타이 내부인의 시선으로도 마찬가지다.

그럼에도 타이 현지에서 여러 작가들이 소식을 전해주었다. 타이를 대표하는 작가 찻 껍찟띠는 정치인들이 등장하는 풍자소설을, 칼럼니스트 묵콤 웽떼즈는 타이 정세를 이해하는 데 선명한 길잡이 구실을 해줄 에세이 등을 보내왔다. 그 밖에도 한국 단편문학의 교과서로 불리는 오정희 소설가가 귀한 산문을 보내주었고, 오랜만에 만나보는 시인 이성복과 김근의 신작 시도 눈에 띈다.

‘아시아의 눈으로 아시아를 보자’는 《ASIA》의 모토로 방콕을 조명한 여름호를 만나보자.


방콕 현지 컬럼니스트가 전하는 ‘방콕 셧다운’

“타이 사회는 혼돈의 시기를 보내고 있다.
정치적 균열의 드라마는 거리에서, 법정에서, 사회네트워크상에서,
TV쇼에서, 직장에서, 가족과 친구 사이에서 날이면 날마다,
일이 급박하게 돌아가는 시기에는 매 시간마다 펼쳐지고 있다.
(…) 현실이 허구보다 더 허구 같다는 말이 낯설지 않은 시절이다.”

타이의 정세를 이해하는 데 선명한 길잡이 구실을 하는 글이다. 특히 이 난맥상의 핵심을 군주체제로 인식한다든가 농민이 이류 국민으로 취급되는 내부 식민주의가 사태의 한 본질을 이룬다는 분석은 눈여겨볼 만하다. ‘타이의 미래를 걸고 벌이는 전투’라는 컬럼니스트 묵콤 웡떼즈의 전언은 타이 사태를 현시점에서 가장 유력하게 이해하는 방식이다.

타이 대표 작가 찻 껍찟띠의 신랄한 정치풍자소설 「발로 하는 얼굴마사지」
타이 문학의 흐름을 간단하게 짚어볼 수 있는 순서도 마련했다. 찻 껍찟띠의 「발로 하는 얼굴마사지」는 타이의 정치 현실의 단면을 엿볼 수 있는 풍자소설이다. 오물 정수처리장 부정부패에 연루되어 위기에 처한 정부 차관이 발로 얼굴을 마사지하는 기이한 마사지사를 찾아가 환상적인 체험을 하고 다른 사람이 되어 돌아온다는 이야기이다. 작가가 그리는 고위 관료들의 모습이 우리 사회의 일면과 닮아 있어 더욱 흥미롭다. 이어서 소설가 김남일은 「수톤과 마노라」라는 타이의 설화를 소개해 주었고, 한국외대 김영애 명예교수는 「타이 근현대문학의 흐름」에서 타이 문학의 현황을 깔끔하게 개괄했다. 이 세 편의 글만으로도 타이 문학에 관한 한 훨씬 풍요로워지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한국 작가 박상, 타이 작가 깜 파까의 방콕 체험 전격 비교
소설가 박상은 배낭여행족들의 메카인 방콕 카오산 로드에서 지낸 경험을 여행기에 담아 방콕의 기묘하고 환상적인 일면을 감각하게 해준다. 방콕에 거주하는 작가이자 방송인인 깜 파까의 산문 「방콕, 날 좀 사랑해주겠니?」는 방콕의 속살을 짚어내는 글이다. 방콕의 무질서와 더러운 위생에도 불구하고 남루한 시민들은 왜 항상 웃고 있는지가 의문스러웠던 필자는 방콕 시민들을 지속적으로 탐구하여 결국 해답을 얻는다.

타이에 펼쳐진 한류와 한국문학의 풍경
문화 활동가 뺏뽄 푸통이 타이에 소개된 한국문학의 소식을 전했다. 주로 번역되어 출간된 장르는 무엇인지, 베스트셀러가 된 서적은 어떤 것이 있는지 등 지금까지의 성과를 꼼꼼히 정리하며 그녀는 앞으로 한국문학이 해외 독자들에게 더욱 다가갈 때 발생할 장애물들을 예견한다. 타이의 소녀들이 한국 대중문화를 즐기기만 하는 것을 넘어 ‘한국 판타지 소설’로 한국에 대한 환상과 기대를 표출한다는 대목은 귀여우면서도 한국 문화의 수출 방향에 대해 고민해 보게 한다.

ASIA의 작가: 단편의 교과서 오정희가 고백하는 ‘내 문학의 원천’
“다만 과장도 과잉도 결핍도 없는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이번 호에는 오정희 작가를 초대했다. 작가지망생들에게 오정희 작가의 소설은 필사의 대상이 되는 글쓰기 입문서이자 모범답안이기도 하다. 한국 여성문학의 정점에 서 있는 작가에게 글쓰기란 무엇인지, 어떻게 글을 쓰는지에 대한 이야기는 진정 주목할 가치가 있다. 일상을 뚫고 찾아온 자연의 재난으로부터 시작되는 글은 유년기 전후사회의 불안과 결핍, 상실감에서 형성된 작가의 비극적 세계관에 대한 고백과 그 고투에서 놓지 않은 작가적 윤리성에 대한 사유로 매우 숨차다.

이성복, 김근 시인의 신작시 4편 수록
섬세하고 평이한 언어로 우리 시대의 정신적 위기를 노래하는 시인이라 평가받는 이성복은 「슬픔에 대하여」 「오월에 있었던 일」 두 편의 신작시를 공개했다. 봄날 부근을 노래한 두 편의 시는 목청이 홀가분하고 초탈한데도 시절이 시절인지라 죽음과 애도로 경사된 시인의 신음처럼 읽혔다. ‘달래고 빌어 봐도, 어젯밤 찾아온 / 슬픔이 떠날 생각 전혀 없나 보네’와 같은 구절에 이르러 묵연해진다. 김근 시인의 「형」 연작시 두 편은 형이라는 존재에 대한 질문과 회의가 곡진하다. 한국식 심상에 올라앉은 ‘형’이라는 호칭의 친근하고 위태로운 위치와 무게를 짐작하면 이 연작 작업이 매우 상징적으로 다가선다.

연변 작가 김금희의 「옥화」에 대한 평론가 이경재의 단상
탈북자와 관련해 한국소설에 빈 칸으로 남아 있던 많은 부분을 채워주는 소설
김금희의 「옥화」는 조선족 사회의 탈북자라는 매우 독특한 소재를 다루고 있다. 이것은 작가인 김금희가 1979년 중국 지린성 주타이시에서 출생한 조선족이라는 사실과 밀접하게 연관된 것으로 보인다. 탈북자라는 사회적 문제를 이념과 같은 거대담론이 아닌 한 개인의 내면 심리를 통해 섬세하게 추적하는 이 작품은 나아가 진정으로 남을 돕는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인간을 떠돌이로 만드는 ‘불안’이 무엇인지 고민하게끔 만드는 작품이기도 하다.

서평
미국의 레즐리 대학 문예창작 교수인 커샌드라 S. 골드워터는 한국의 대표 단편소설 5편을 한영대역선인 『바이링궐 에디션』 시리즈를 통해 읽고 진솔한 서평을 보내주었다. 외국인으로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을 극복한 방법과 한국 독자와는 다른 시각을 작품에 투영한 부분이 매우 흥미롭다. 해외 문학 시장 진출을 꿈꾸는 모든 작가, 번역가, 출판사들에게 아주 소중한 피드백이 될 것이다.
김응교 숙명여대 교양교육원 교수는 『일본 전후의 붕괴』를 통해 전후(戰後) 일본의 세대지형을 읽어냈다. 일베나 세월호 등 최근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킨 키워드로 책의 내용을 꼼꼼히 분석하여, 책에서 이야기하는 일본 사회의 모습에 한국 사회를 비추어 볼 수 있도록 한다.
장경남 숭실대 국문과 교수는 『백 개의 아시아』의 구성에 가장 먼저 관심을 가지며 저자들이 연구자가 아닌 소설가들이었기에 가능한 작업이었다고 평한다. 저마다 특색을 가진 백 개의 설화들을 주제에 따라 매끄럽게 연결시키는 것은 이야기를 엮는 탁월한 솜씨가 없으면 어렵기 때문이다.

무스타인 자히르가 소개하는 방글라데시 문학의 거장 ‘후마윤 아메드’
영화감독, 텔레비전 드라마 제작자로서도 유명한 후마윤 아메드는 쉬운 말로 등장인물의 내적 갈등을 탁월하게 드러내며, 부조리주의 유머에도 통달한 작가다. 대 작가의 족적을 따라가는 필자의 꼼꼼한 설명을 들으면, 20년 넘게 한 국가를 글로 매혹시켰던 후마윤 아메드의 걸작들을 하루빨리 한국에서도 만나고 싶어진다.

『그대 아직 살아 있다면』의 작가이자 영화감독인 반레의
호찌민시(市) 가이드 「호찌민시에 대한 여러 이야기」
소설가 김미월의 아시아 소설 탐방기 「사회과부도 다시 읽기」 등 수록



본문 속에서

  피탁타이 차관은 눈을 감았다. 마사지사가 읽는 경소리와 함께 얼굴 전체를 비비는 발소리가 크게 들렸다. 마사지사의 발이 그의 코를 세게 눌러서 숨을 쉴 수 없기도 했다. 그가 숨을 쉬려고 입을 벌릴 때마다 마사지사의 발뒤꿈치가 입안으로 들어와 이빨까지 짓이기듯 밟았다. 발뒤꿈치 때가 그의 입안에 떨어졌다. 이윽고 피탁타이 차관은 자기 얼굴이 갑자기 뜨거워졌다가 따뜻해지면서 편안해짐을 느꼈다. 마치 환상의 세계에 빠져 있는 듯, 불에 닿은 듯한 뜨거움과 시원함이 오락가락했다. 그 환상 속에서 그의 마음을 짓누르고 있던 문제가 서서히 사라져갔다. 마침내 지난번에 일어났던 골치 아픈 문제가 전혀 일어나지도 않은 것처럼 인식되었다.
찻 껍찟띠_「발로 하는 얼굴마사지」37쪽

  내가 무지하다고 생각했던 사람들은 사실 전혀 무지하지 않았다! 방콕이 자신의 고향이 아니었기에 그들은 이 추한 도시에서도 행복할 수 있었던 것이다. 방콕은 그들에게 집이 아니라 그저 일하는 곳, 저잣거리 같은 공간이었다. 그들은 이곳에서 벌어 모은 돈으로 고향에 돌아가 행복하게 사는 것을 꿈꿨던 것이다. 이런 그들에게 방콕의 위생, 공해, 공공도서관의 개수, 부족한 공원, 쓰레기, 오염된 수로가 무슨 상관이겠는가.
깜 파까_「방콕, 날 좀 사랑해주겠니?」70~71쪽

  타이문학의 주된 흐름은 사실주의 문학이라고 할 수 있다. 위에서 언급한 3인의 작가를 필두로 말라이 추피닛, 쏫 꾸라마로힛, 매아농 등은 씨부라파를 중심으로 결성된 <신사동인>(1929)의 동인으로서 동인지 『쑤팝부룻』(신사)을 통해 귀족계층과 서민계층간의 갈등, 중산층의 부상과 필요성, 남녀불평등, 사회부조리, 일부다처제와 전통결혼의 폐해 등을 고발하고 사회정의, 국민의 자유와 권리 및 의무, 인본주의를 역설하였다. 정치, 경제, 사회 변화와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는 사실주의 문학은 현재까지 그 맥을 잇고 있다.
김영애_「타이 근현대문학의 흐름」62~63쪽

  긴 글이든 짧은 글이든, 첫 문장에서 마지막 문장에 이르는 동안에 나는 기대감에 들뜨고 쉽게 좌절하고 회의에 빠지는가 하면 비대발괄도 서슴지 않고 행운과 우연에 기대어 보는 등 한 인간으로서 맛볼 수 있는 모든 감정과 복잡다단한 심리를 다 겪어낸다. 그러기에 작가들은 작품을 하나 끝낼 때마다 인생의 징검돌을 놓았다거나 일단락되었다는 느낌을 맛본다고도 말하는가보다. 무엇인가가 내 안의 상처 혹은 무의식과 만나 파장을 일으키면서 쓰고자 하는 욕망을 불러일으키는 것, 적확한 표현을 얻기 위해 한단어가 내포하고 있는 최대치를 끌어내고 조심스레 문장을 가다듬으면서 ‘그때까지 내 영혼이 보지 못했던 경계를 넘어 새로운 것을 발견하는’일에는 말할 수 없는 쾌감이 분명히 있다. 아니 그것이 작가가 누릴 수 있는 기쁨의 전부일 것이다.  
오정희_「나는 어떻게 글을 쓰는가」157~158쪽

  『백 개의 아시아』의 저자는 이와 같은 대서사시에만 관심을 둔 것은 아니다. 비록 좁은 전승범위를 가진 이야기일지라도 빼 놓지 않았다. 티모르의 지형을 악어의 형상으로 설명한 이야기가 그 예이다. 더군다나 방글라데시의 산탈 족 창조신화에 이르면, 이 책의 숨은 의도에 저절로 감탄을 하게 된다. 강력한 신인 지우조차 혼자서 창조의 역사를 감당하지 못하고, 악어ㆍ거북이ㆍ게ㆍ가재ㆍ지렁이 등의 도움을 받아 세상을 창조했다는 이야기를 소개한 뒤에 “전지전능한 창조주가 창조의 임무를 전담한다는 남성적 영웅시로 가득 찬 기존의 대다수 창조신화에 도전장을 내민다고 볼 수 있다.”는 평가를 접하면서는 창조주가 단숨에 세상을 창조했다는 형식의 창조신화에 익숙한 우리에게 기분 좋게 한 방 먹이는 통쾌함마저 든다.
장경남_「아시아 서사의 상상력에 대한 ‘이야기’」260~261쪽


차례

권두언 아시아는 노랗게 물들었다
전성태

기획특집 : 방콕

발로 하는 얼굴마사지
찻 껍찟띠|타이

타이 근현대문학의 흐름
김영애

방콕, 날 좀 사랑해주겠니?
깜 파까|타이

카오산 로드에서의 외다리 타법
박상

수톤과 마노라
김남일

방콕 신드롬, 그 병적인 증상들
묵콤 웡떼즈|타이




슬픔에 대하여 외 1편
이성복

형 외 1편
김근


산문

사회과부도 다시 읽기
김미월

호찌민시에 대한 여러 이야기
반레|베트남


ASIA의 작가 오정희

나는 어떻게 글을 쓰는가
오정희


K 픽션 김금희

옥화
김금희

창작 노트
김금희

―김금희,「옥화」
이경재


서평

서브컬쳐로 보는 일본의 증환―권혁태,『일본 전후의 붕괴』
김응교

아시아 서사의 상상력에 대한 이야기―김남일·방현석,『백 개의 아시아』
장경남

현대한국소설 엿보기―은희경 외,『바이링궐 에디션 한국 대표 소설』시리즈
커샌드라 S. 골드워터|미국


아시아 통신

행간에 숨겨진 뜻: 타이에 펼쳐진 한국문학의 풍경
뺏뽄 푸통|타이

후마윤 아메드: 여전히 식지 않는 방글라데시 문학의 거장에 대한 경의
무스타인 자히르|방글라데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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